매년 이맘때면 여성영화인축제가 열린다. 여성 영화인들이 모여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포럼도 열고 각 부문으로 나누어 ‘올해의 여성영화인상’도 시상한다. 올해의 여성영화인 연기상은 누가 받게 될까. <오늘>의 송혜교다. 연출/시나리오 부문은?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의 한혜진·안재훈 감독이다. 제작/프로듀서 부문은 <아이들>의 엄주영 프로듀서가 받는다. 그럼 대상이라고 할 만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이선미 프로듀서다.
미리 수상 소감 좀 들어볼 수 있냐고 청했다. “나 혼자 감당할 상은 아니다. 김석윤 감독님과 배우 김명민, 오달수, 한지민씨에게 깊이 감사한다”는 대답이 되돌아온다. “김석윤 감독님이 사극을 정말 싫어하는 분인데(웃음), 캐릭터 중심의 오락물로 만들 의향이 있다면 연출하겠다고 하시더라. 그 순간이 기억난다. 원작 소설 속의 여주인공은 선진적이고 진보적인 여성이었다. 영화는 그녀를 미스터리의 중심에 놓고 시작했던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내가 처음에 기획했던 방향으로만 고집했다면 지금보다 어두운 작품이 나왔을 거다. 탐정이 강조되면서 대중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청년필름은 열심히 해온 것에 비해 지난 십년간 대중성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이 작품으로 드디어 상업영화도 잘할 수 있다는 신뢰를 파트너들에게 심어줬다.” 청년필름 창립 멤버인 이선미 프로듀서다. 심정이 벅차오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올해가 바로 청년필름과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한해였기 때문이다.
상도 타고 해도 저물어가는 걸 핑계로 후배들에게 덕담 한마디 해달라고 졸랐더니 쑥스러워한다. 그러면서도 남녀 구분 없이 기본을 강조한다. “나도 처음에는 연출을 희망했다. 지금은 프로듀서를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연출 공부했던 것을 바탕으로 감독들과 소통한다. 프로듀서는 감독이 최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늘 차선을 제안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후배님들, 새해 덕담 삼아 새겨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