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퍼펙트 게임>을 보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조승우씨가 최동원 선수 투구 폼을 많이 연구한 것 같던데 어떠셨는지요?
=일단 안경이 마음에 들었고예. (웃음) 제 투구 폼은 오래도록 훈련해서 몸에 익지 않으면 부담이 많이 갑니다. 그래서 굳이 똑같이 따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승우씨가 참 독한 거 같네예. 정말 비슷했습니다.
-조승우씨가 투구 동작 외의 것들도 많이 연구한 거 같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는 늘 바지춤을 여미고 뒷짐을 지고는 포수 사인을 받았지예. 던지고 난 다음에는 살짝 뒷걸음질도 치고 발로 흙을 탁탁 차고예. 또 그다음에는 모자를 올려 쓰고 로진백을 툭 털고 난 다음 안경을 고쳐 썼지예. 참말로 비슷하대예 하하.
-김용철 선수가 참 재밌게 등장하는데 실제로는 동기가 아니라 선배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예. 저보다 1년 선배고 경남고가 아니라 부산상고를 나오셨고예. 실제로는 사이가 되게 좋았습니다. 와인이 유행할 때도 아닌데 둘 다 와인을 좋아해서 종종 같이 마셨지예. 그리고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습니다. 보통 실화로 영화를 만들 때 조승우씨가 저보다 잘생긴 것처럼 당연히 배우가 실제 인물보다 더 잘생겼잖아예. 근데 조진웅씨한테는 죄송한 얘기지만 김용철 선배가 몇배나 더 잘생겼습니다. 구레나룻 기른 거 보면 딱 마 서양배우 보는 거 같았지예. 나중에는 선수협 결성 때도 저하고 뜻을 같이하셨고예.
-그러잖아도 선수협 얘기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1988년에 해태 김대현 선수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일이 있었습니다. 근데 다른 구단 선수들은 문상조차 안 갔지예. 동료의식이 없고 그런 게 아이고 그때는 프로야구 분위기가 그랬던 겁니다. 너무 안타까운 일 아입니까. 그래서 선수들간에 친목도모나 권익보호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수협 결성을 주도했던 거지예. 그러다가 결국 용철이 형하고 나하고 강제로 트레이드됐고예. 그렇게 영영 롯데를 떠났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얘기라도.
=올해 세상을 뜬 선수 중에 장효조 선수를 꼭 기억하고 싶습니다. 제가 한국시리즈에서 4승 거둔 걸 가지고 말씀 많이 하시는데, 장효조 선수도 만약에 감독님이 “효조야, 네가 1번부터 9번까지 다 쳐야겠다”라고 말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입니다. 투수랑 타자랑 달라서 그런 거 아입니까. 너무 저만 주목받는 거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아무튼 그동안 다들 감사했습니다. 이제 진짜 푹 쉬고 싶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