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순(황정민)은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혼수상태에 빠진 노모를 돌보고 있다. 의식을 되찾을 확률이 1% 미만이라는 의사의 통보가 내려지자 가족들은 노모의 연명치료 중단을 결심하지만 현순은 ‘우리 엄마 절대 안 죽는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현순이 자리를 비운 사이 언니 명순(김미향)과 남동생 준호(이종윤)는 노모의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려 하는데,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현순이 병원으로 돌아와 훼방을 놓는다. 현순이 이단에 빠져 이성을 잃었다고 여기는 명순과 준호는 현순의 딸이자 임신부인 수진(한송희)을 끌어들여 노모의 산소호흡기를 떼려 하나 이마저도 수진의 변심으로 무산된다. <밍크코트>는 하늘이 내린 십계명과 지상에 뿌리박힌 십계명을 대립시킨다. 현순이 하늘의 십계명을 따르려고 한다면, 명순과 준호는 지상의 십계명에 충실한 이들이다. 가족들은 노모가 입원하는 동안 치료비 한푼 내지 않는 현순을 원망하고, 현순은 노모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가족들에게 저주의 말을 퍼붓는다. 현순이 확신하는 기적은 명순과 준호에겐 헛된 망상에 불과하고, 명순과 준호가 주장하는 논리는 현순에겐 거짓 핑계일 뿐이다. 이들의 갈등 속에서 고민을 떠안게 되는 인물은 현순의 딸 수진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수진은 밍크코트에 얽힌 할머니와의 과거를 곱씹는데, 그동안 현순의 탐욕과 가족들의 치부가 하나씩 드러난다.
‘죄와 벌’이라는 부제를 붙여도 좋을 법한, <밍크코트>가 제시하는 가족들의 화해 방식은 독특하다. 현순과 가족들이 던져지는 후반부의 딜레마, 혹은 반전은 다소 작위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보다 앞서 가족들이 현순의 예언이 맞았다며 자신의 죄를 털어놓는 대목들에선 좀 급작스러운 느낌도 든다. 하지만 수난과 구원, 탐욕과 회개라는 주제를 전달하는 데 있어 이보다 강력한 엔딩을 찾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마지막 장면의 수진의 눈물은 할머니의 밍크코트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깨닫는 순간이다. 밍크코트를 입어보고서 자신에게 달라고 떼를 쓰는 철부지 같은 딸 현순을 바라보던 노모의 안쓰러운 시선과 대구를 이루는 대목이다.
사람 좋은 얼굴을 하다 가시 돋친 말을 툭툭 뱉고 그것도 모자라 제멋대로 행동하는 현순 역의 황정민이 단연 돋보이지만, 한송희, 김미향, 이종윤 등 다른 배우들의 조력이 없었다면 그녀의 섬뜩한 표정연기가 이만큼 돋보이진 못했을 것이다. 인물들의 날선 감정을 클로즈업과 핸드헬드로 더욱더 날카롭게 벼려낸 것도 <밍크코트>의 장점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함께 연출을 전공한 신아가, 이상철 감독은 각각 <방과후 옥상> <두 얼굴의 여친>과 <형사: Duelist> <M>의 조감독을 거쳤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첫 상영됐으며, 서울독립영화제에선 대상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