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미녀 로맨스영화의 법칙은 두 사람이 서로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 있다. 남들이 볼 때는 분명 연애인데 정작 본인들은 이게 뭔지 모르는 감정의 아노미 상태. 그게 풋풋함이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여기에 먹고사는 문제를 끼얹는다. 악착같이 돈 모으는 여자와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남자는 동시대 청년세대의 생계, 주거문제를 로맨스에 결합해 풋풋함과 애잔함을 동시에 겨눈다.
영화의 단점은 그게 잘 들러붙지 않았다는 거고 따라서 영화적 상황보다는 송중기와 한예슬의 개인기에 더 의존했다는 데 있지만, 한편 이병훈 음악감독이 활동 중인 우쿨렐레 피크닉의 산뜻한 음악은 품질 좋은 순간접착제처럼 몇 군데의 허술함을 척, 착 붙여버리기도 한다. <The Water Is Wide>가 대표적이다. 기교없이 담백한, 말하듯 노래하는 송중기의 목소리는 음색으로 승부하는 우쿨렐레라는 악기와 결합해 묘한 발랄함을 형성한다. 엔딩 타이틀에 계피와의 듀엣곡으로 흐르는 이 곡은 전 재산을 잃고도 희망적인 내일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의 테마다. 물론 이 모두가 판타지고 가상현실이지만, 이렇게라도 21세기의 우울증을 극복해야 하는 게 지금 세대의 리얼리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