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새로운 채플린의 탄생 <댄싱 채플린>
2012-01-18
글 : 남민영 (객원기자)

전설적인 안무가 롤랑 프티가 찰리 채플린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발레 <Charlot Danse avec Nous>를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한 수오 마사유키. <쉘 위 댄스>의 연출가로도 유명한 그는 <댄싱 채플린>을 통해 발레가 영화로 옮겨지는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연습이 진행될수록 댄서들이 느끼는 긴장감이 누그러지는 묘한 순간과 의상 제작과정 등을 상세하게 다룬 제작기다. 매년 170회 이상의 공연을 통해 찰리 채플린의 새로운 영혼이 된 발레리노 루이지 보니노가 출연하는데 그의 파트너는 감독의 아내이자 <쉘 위 댄스>에서 이미 얼굴을 알린 발레리나 구사카리 다미요다. 전반부의 초점은 롤랑 프티와 수오 감독의 <댄싱 채플린>에 대한 회의로 수렴된다. 발레와 영화라는 다른 영역의 예술가들은 때때로 대립하고 이해하며 새로운 채플린을 만들어간다. 작품의 후반은 마침내 탄생한 발레 공연이다. <황금광 시대> <모던 타임즈> <시티 라이트> 등에서 영감을 받은 발레가 쉼없이 펼쳐지지만, <댄싱 채플린>이 단순히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인 건 아니다. <댄싱 채플린>이 기존 발레에 대한 영화적 차원의 해석이 되길 원했던 수오 마사유키는 경찰관들이 등장해 흥겹게 춤을 추는 챕터인 ‘경찰관들’의 배경을 무대가 아닌 공원으로 옮기는 시도를 감행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원작에 대한 두려움에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한편도 본 적 없지만 완벽히 찰리 채플린이 된 루이지 보니노의 춤과 짧은 시간 안에 작품에 녹아든 구사카리 다미요의 역량이다. 영화와 발레, 두 예술의 접점에서 시작된 이 다큐멘터리에서 새로운 채플린의 탄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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