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을 왜 사신 거예요?”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던 동물원의 주임 사육사 켈리 포스터(스칼렛 요한슨)가 관객을 대신해 묻는다. 벤자민 미(맷 데이먼)가 우물쭈물 대답한다. “딸이 좋아하기에….” 사실 그는 동물원은커녕 자신이 키우는 개 한 마리에도 별 관심 없던 어설픈 가장이었다. 하지만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딛고 일어서보겠다며 덜컥 동물원이 딸린 집을 사버렸던 것이다. 막상 동물원을 재개장하자니 돈은 밑빠진 독에 물 붓듯 들어가고, 그로테스크한 드로잉으로 엄마를 잃은 슬픔을 표출하는 아들과의 불화도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그는 스스로에게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나는 왜, 굳이, 동물원을 산 것인가.’ 하지만 영화는 제대로 된 답을 던져주지 못한다. 그의 어린 딸이 “우리가 동물원을 샀어요”라고 반복해 외치는 말도 공연하게 들린다.
동물도감이 빼곡한, 따뜻하고 가벼운 가족 드라마에 정색할 필요는 없지만 카메론 크로가 1996년에 만들었던 <제리 맥과이어>에 비하면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허술하고 미진하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홀아비의 절실함에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리 맥과이어>의 울림은 주인공이 절박하게 제2의 인생을 꿈꾼 데서 나왔다. 하지만 벤자민은 큰 고민 없이 그저 아버지로서 정해진 길을 가고, 돈이 바닥났을 때는 아내가 생전에 마련해둔 비자금을 발견해 위기를 모면한다. 심지어 ‘돌싱’으로도 인기 만점이다. 그에게 어떤 결핍도 없기 때문에 그와 켈리의 로맨스에도, 아들과의 관계 회복에도 큰 감동이 없다. 그를 대신해 죽음을 기다리는 늙은 호랑이가 힘겹게 눈물샘을 자극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