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혁신. 두개의 키워드가 올해의 경영 화두가 될 것이다.” CJ E&M 영화사업부문 관계자의 말이다. “(길종철) 대표님이 늘 어느 자리에서나 이야기하는 게 초심과 열정, 충분한 대화와 소통, 과감한 실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단행된 인사도 변화와 혁신의 차원일까? CJ E&M 영화사업부문은 지난 2월1일자로 전략기획팀장이던 박철수 팀장을 새로운 투자팀장으로 내정했다. 기존의 이상무 투자팀장은 영화사업부문이나 CJ E&M의 다른 사업부문, 혹은 CJ그룹의 다른 계열사에서 새로운 보직을 맡게 될 듯 보인다. 해외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영화 <권법>을 준비하던 스카이워커앤컴퍼니의 정태성 대표를 해외사업팀으로 특채하는 것도 이번 인사에 포함됐다. 또한 CJ E&M 영화사업부문의 중요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TF팀장으로 장진승 부장을 내정했다.
‘변화와 혁신’의 화두에서 단행된 인사 조치라고만 보기에는 익숙하다. CJ E&M 영화사업부문은 2011년에 상당히 많은 변화와 혁신을 거쳐왔다. 2011년 3월, CJ그룹 내 미디어 콘텐츠 사업이 통합돼 CJ E&M이 출범됐고, 한달 뒤인 그해 4월에는 원래 영화사업본부장이었던 최준환 상무가 CJ CGV 아메리카 대표로 취임했다. 10월에는 CJ E&M의 임원 인사에서 영화사업부문장이었던 김정아 대표가 해외사업 대표로, 콘텐츠 연구소에 있던 길종철 상무가 국내사업 대표로 발탁됐다. 그때마다 알려진 공식적인 이유는 ‘새로움’과 ‘해외사업의 강화’였다. 그리고 4개월이 채 안된 시점에서 또 다시 중요 직책의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역시 공식적인 배경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CJ E&M 영화사업부문의 내부와 외부에서 바라보는 비공식적인 사유 또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진한 실적’이다. <써니>와 <도가니> <완득이> 등의 흥행성공으로 사업목표를 달성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7광구>와 <마이웨이> 등 대작의 부진이 가져온 결과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이번 인사에 변화와 혁신 외에 문책의 의지가 담겨 있는 듯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태성 대표의 특채와 투자팀장 교체보다 눈에 띄는 건 중요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TF팀의 신설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팀이 CJ E&M의 라인업 가운데 100억원대 프로젝트를 관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사업부문 관계자는 “굳이 100억원대 영화로 한정짓는 건 무리”라고 말한다. “어떤 프로젝트가 될지는 모른다. 100억원대의 큰 영화일 수도 있지만, <써니>처럼 적정 규모의 제작비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프로젝트일 수도 있다. TF팀의 핵심은 기존의 투자결정 시스템과 다르게 간다는 것이다. 특정 프로젝트에 한해 시나리오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이 팀에서 맡게 될 거다. 아마도 기존 마케팅, 홍보, 투자팀 등에서 한명씩 차출돼 꾸려질 것 같고 1년에 1, 2편 정도를 추진시키지 않을까 싶다.” GLC(Green Light Committee)로 상징되는 CJ의 기존 투자결정 시스템에서 볼 때, 아예 일정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TF팀의 신설은 나름 획기적인 시도로 보인다. 어쩌면 기존 투자결정 시스템의 한계를 고민하는 차원에서 나온 결정일 수도 있다. 이번의 인사조치가 내놓을 결과에 따라, 다음 순서의 ‘변화와 혁신’이 찾아올 시간도 길어지거나 짧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