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실화의 인물 <미스터 나이스>
2012-02-08
글 : 남민영 (객원기자)

<미스터 나이스>는 전설적인 마약 판매상 하워드 막스의 자서전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영화는 그저 범죄자에 지나지 않았을 하워드 막스가 어떻게 시대의 아이콘이 되어갔는지 그 행적을 따라간다. 때는 하워드 막스의 생애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이자, 전세계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던 1960, 70년대다. 할 줄 아는 건 공부밖에 없는 하워드 막스(리스 이판)는 옥스퍼드대학에 입학하고 그곳에서 마리화나에 빠진다. 졸업 뒤 마약 판매상이 된 친구는 막스에게 마약 운반을 부탁한다. 이 일을 시작으로 마약 사업에 눈을 뜬 막스는 판을 키우기로 결심하고 아일랜드 테러단체의 핵심인물인 제임스 매칸(데이비드 듈리스)과 손을 잡는다. 사업은 날이 갈수록 번창해간다. 그러나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스피커에 마약을 넣어 해외로 운반하려 했던 것이 적발되면서 그의 사업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이게 된다.

영화는 하워드 막스라는 재치있는 인물이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법의 울타리를 요리조리 뛰어넘었던 일화들에 주목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려 영국 안보기관 MI6의 일원이 되거나 테러단체에 대한 정보를 팔아치우는 등의 속임수는 위험한 만큼 유쾌하고 짜릿하다. 그의 활약상에서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천재 사기꾼 프랭크가 연상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영화는 하워드 막스의 매력을 공감시키려 그의 영웅담만을 잔뜩 늘어놓기에 급급할 뿐, 그의 실체에 다가가지는 못한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실화의 인물인데도 영화 속의 하워드 막스가 그리 생생하게 보이지 않는 건 그 때문이다. 최상의 재료에도 불구하고 서툰 요리로 인해 기대만큼의 맛을 전달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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