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스타워즈] 이번엔 3D로 우려냈다
2012-02-13
글 : 김도훈
트렌드에 맞춰 재창조된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 3D>

3D로 보이는 위험이 온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이 3D로 재개봉한다. 그런데 왜 조지 루카스는 이 영화를 3D로 변환한 걸까. 돈 때문일까. 아니면 끝없이 자신의 영화를 CG로 고쳐나가며 그에 저항하는 팬들과 싸우는 루카스의 광적인 완벽주의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 그가 만들고 싶었던 <스타워즈>가 바로 이런 모습이었던 걸까. 중요한 건 이거다. 어찌되었건 당신이 <스타워즈>의 오랜 팬이라면 3D로 개봉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을 거부할 깜냥은 없을 거라는 사실이다.

먼저, 당신이 <스타워즈>의 열정적인 팬이라면 심사가 배배 꼬일 법한 질문부터 시작해보자. <스타트렉>을 좋아하는 마니아를 우리는 트레키(Trekkie)라 부른다. 그런데 왜 <스타워즈>마니아를 일컫는 고유명사는 없는 걸까? 당신이 <스타워즈>마니아라면 트레키들을 만나는 순간 심술이 치솟을 것이다. 대중적인 영향력이라면 <스타트렉>을 훨씬 뛰어넘는 <스타워즈>의 팬질을 그토록 오래 하고도 고유명사 하나 못 받는 신세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런데 말이 된다. <스타트렉>은 진 로덴베리가 창조했지만 이후 여러 TV시리즈와 극장판을 거치면서 트레키들의 자양분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며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다. 트레키들은 <스타트렉>의 우주와 긴밀하게 영향력을 주고받는 관계다. <스타워즈>는 다르다. 팬들이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조지 루카스가 관리하고 관장하고 통제하고 조종한다. 루카스는 <스타워즈> 세계의 유일한 독재자다. 거기 대항할 수 있는 자는 은하계 어디에도 없다.

1977년의 조지 루카스가 원했던 영화

지난해 세상에 나온 <스타워즈> 블루레이를 한번 생각해보시라. 조지 루카스는 팬들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결국 모든 에피소드를 새롭게 디지털로 성형수술했다. 원래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의 요다는 CG와 인형술을 섞어서 창조했다. 그러나 루카스는 인형술을 이용한 요다가 나오는 장면을 모조리 CG로 바꿔버렸다. 그럴 가치가 있었냐고? 글쎄. 중요한 건 가치가 아니라 이 괴상하게 열정적인 조지 루카스의 완벽주의일 것이다. 이미 그는 지난 1997년 차례차례 개봉한 오리지널 <스타워즈> 특별판에서 CG의 칼날로 자신의 영화를 수정한 바 있다. 루카스의 편에 서서 말하자면 그건 일면 이해가 가는 일일 수도 있다. 아마도 1977년의 조지 루카스가 바랐던 영화는 CG로 수정한 지금의 영화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런데 팬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건 꽤나 부당한 일이기도 하다. 오리지널 시리즈에는 수많은 특수효과의 장인들이 참여했다. 그들이 당대 최고의 아날로그 특수효과로 만들어낸 장면들은 시대가 지나도 빛을 잃지 않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장면들은 이미 디지털로 완전히 재창조되었으며, 루카스는 아날로그 원본을 아예 감춰버렸다. 만약 <스타워즈> 팬들과 조지 루카스의 애증을 더 잘 알고 싶다면 2010년에 나온 다큐멘타리 <조지 루카스: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The People vs. George Lucas)를 보는 게 좋다. <스타워즈> 세계를 성경처럼 받아들이는 팬들이 (오리지널 시리즈를 함께 완성한 스탭들과 팬들의 노고를 무시한 채 시리즈를 계속 자신의 구미대로 바꿔가는) 조지 루카스를 비난하는 장면들로 가득한,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웃긴 작품이다. 조지 루카스는 이 영화를 정말 싫어할 테지만 말이다. 그런데 3D 변환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만약 루카스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CG로 훼손하지 않고 3D 작업을 통해 우주적 공간감을 확장해서 보여준다면, 그건 도무지 거절할 수 없는 제의에 가깝다.

사골을 고아내는 마음으로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3D로 다시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건 에피소드2와 3를 제작하던 시기였다.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가 에피소드2를 끝내고 3를 제작하던 사이에 로버트 저메키스의 <폴라 익스프레스>가 등장했다. 불행한 저메키스 양반. 이 영원한 테크놀로지의 2인자는 퍼포먼스 캡처와 3D 기술을 할리우드 상업영화에 성공적으로 도입한 선구자지만 모든 공은 결국 제임스 카메론이 앗아가고야 말았으니, 저메키스만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 독자들도 꽤 있을 것이다. 하여간 지금 이 글은 로버트 저메키스에게 바치는 글이 아니니 이쯤에서 조의를 표하는 일은 멈추도록 하자. 어쨌거나 중요한 건 <폴라 익스프레스>를 보고 조지 루카스가 뒤늦게 무릎을 치며 후회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루카스가 <스타워즈>의 에피소드1, 2, 3를 새롭게 만들겠다고 결심했던 이유는 CG 테크놀로지의 발전 덕분이었다. 어쩌면 그는 지나치게 때를 일찍 잡은 건지도 모른다. 만약 그가 5년만 늦게 에피소드1, 2, 3를 만들었더라도 영혼 따윈 없어 보이는 디지털 인형 자자 빙크스 대신 퍼포먼스 캡처를 활용한 디지털 캐릭터를 삽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3부작을 모두 3D로 만들어서 훨씬 압도적인 수익을 남겼을 수도 있었을 테고 말이다.

여하튼 루카스는 아버님을 위해 사골을 또 한번 우려내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지난 2010년부터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의 3D 변환에 착수했다. 원래 조지 루카스는 3D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3D는 속임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극장에 디지털 프로젝터를 도입하려는 생각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게 됐다. 그때 로버트 저메키스와 제임스 카메론이 방문해서는 극장에 3D를 도입하려면 극장 소유주들에게 3D의 가능성을 같이 보여주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어차피 3D를 위해서는 디지털 극장이 필요하니 내 의도와도 일치했다. 그리고 나중에 <스타워즈>의 3D 테스트 영상을 봤는데 너무나 훌륭했다. 그때부터 <스타워즈>를 3D로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밝아서 더 입체적인 포드레이서 경기 장면

<스타워즈> 에피소드1, 2, 3의 시각효과를 감독했고 이번 영화의 3D 작업을 총괄한 ILM의 존 크놀은 루카스의 의도가 “속임수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눈이 피로해지거나 싸구려처럼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처음부터 3D 기법으로 촬영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존 크눌의 말처럼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 3D>의 입체감은 꽤 근사한 편이다. 특히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포드레이서 경기는 관객을 타투인 행성의 모래먼지 속에서 수백 킬로미터로 달리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또한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 3D>는 3D영화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화면이 밝다. 우리가 3D영화에 대해 가지는 가장 거대한 불만 중 하나는 거추장스러운 안경을 쓰는 순간 격정적으로 떨어져내리는 조도다. 존 크눌은 조지 루카스가 “영화가 어두워 보이는 걸 원치 않았다”고 말한다. “3D영화가 어두운 이유는 안경 때문이다. 안경이 이미지의 색과 채도를 약하게 만든다. 그래서 루카스는 후처리 작업으로 색과 밝기를 조절해서 3D 안경의 효과를 상쇄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밝아야 3D 화면이 훨씬 나아 보인다고 믿었다.”

조지 루카스는 3D 변환을 기술이 아니라 예술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3D와 3D 전환은 예술가가 나서야 하는 예술적인 영역이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3D 작업에는 물체가 화면의 어디에 어울리는지 아는 감성을 지닌 예술가들이 필요하다. 아주 미묘하지만 중요한 문제다.” 그의 말은 옳다. 영화 테크놀로지의 역사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게 하나 있다면, 좋은 기술자는 훌륭한 예술가이며, 정말 훌륭한 예술가는 언제나 좋은 영화 기술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조지 루카스는? 그는 선구자적인 기술자인 동시에 흥미진진한 예술가다. 아, 거기에 한 가지가 더 붙어야 한다. 조지 루카스는 역사적인 영화 기술자 겸 예술가들이 모두 그랬듯이 자신의 팬들과도 타협할 줄 모르는 고집쟁이다. 사실 ‘에피소드1’은 아마도 모든 에피소드들 중에서도 팬들이 가장 덜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일 것이다(따져보자면 에피소드2와 에피소드6가 뒤를 이을 테고). 만약 루카스가 좀더 유연한 남자였다면 모두가 사랑하는 오리지널 에피소드들부터 3D로 변환했으리라. 그러나 그는 에피소드1부터 다시 <스타워즈>의 3D 역사를 쓰고 싶어 한다. 그 고집에 포스 있으라.

미워하기엔 너무나 완벽한 조지 루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조지 루카스를 완전히 미워하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누가 이 음험한 다스베이더적 존재를 완벽하게 미워할 수 있으랴. <스타워즈>의 첫 번째 시사회가 이십세기 폭스의 시사실에서 열렸던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시사회가 끝나자 관계자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시사회에 참여한 절친한 친구 브라이언 드 팔마는 “루카스 자네는 역사상 최악의 영화를 만들었어”라고 말했다. 이십세기 폭스 중역들은 앞으로 두편이나 더 제작을 약속했는데 어찌하면 좋냐고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영화는 아무런 기대도 없이 스크린에 공개됐다. 이야기는 엉망이고, 편집은 뻣뻣하고, 대사는 요령부득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단 한번도 스크린으로 본 적 없는 이 거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언젠가 조지 루카스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스타워즈>는 그저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영화일 뿐이다. 섹스와 같다. 섹스는 사랑과 달리 한순간의 쾌락이다. 하지만 그 쾌감이 20년 이상 지속된다면, 그것은 최고의 섹스이거나 낭만적인 사랑이다.” 우리는 지금 <스타워즈>와 (3D로) 최고의 섹스를, (입체적으로) 낭만적인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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