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었다. “만약 변성찬이 화를 낸다면 그게 무슨 사안이라도 무조건 상대방이 잘못한 거다.” 그 정도로 인간성이 좋다는 뜻이고 그 인간성으로 무적이라는 뜻이다. 이상한 통념이라는 걸 알면서도 좋은 사람과 다큐멘터리는 늘 잘 어울리는 짝처럼 보인다. ‘우리 함께 잘 살자’는 생각을 실천적이고 헌신적으로 담아내는 영화의 양식이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일 거다. 2002년, 늦깎이 영화평론가로 데뷔한 이래 부드러우면서도 엄중한 필력으로 한국영화 전반에 관한 호소력있는 견해를 제시해왔고 ‘수유 너머 N’을 근거지로 쉼없이 철학을 공부하는 학자이며 독립영화에 본격 가담하면서부터는 인디포럼 작가회의의 일원이자 인디다큐페스티발의 집행위원 겸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으며 모처에서는 영화감독 김동원, 오정훈과 함께 “독립영화계의 꽃중년”이라는 믿지 못할(?) 추대까지 받기도 하는 변성찬 평론가가 다큐와 잘 어울리는 이유다.
3월22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인디다큐페스티발. 상영작이 결정됐다기에 몇 가지 경향을 물었더니 예의 차분한 음성으로 주목할 점들을 말해준다. “다큐멘터리의 재현에 관하여 자의식적으로 문제의식을 가진 작품이 상대적으로 드물어서 개인적으론 그런 작품들에 방점을 두었다. 시적 영화의 경향을 띠고 있는 작품도 눈에 잘 들어온 편이고.” 그는 올해의 전반적인 특징도 설명해주었다. “지난해에는 88만원 세대의 자기 초상이라고 할 만한 영화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런 주변적이고 사소화된 이야기들이 많이 줄었다. 그 대신 사회적 의제와 연결점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작품 안에서 두드러지게 보였다.” 이제 막 작품 선별이 끝났으니 눈이 아플 만도 한데, 그는 또 7시간이 넘는 영화 <히틀러>를 보다가 쉬는 시간을 틈타 나왔다면서 그 말들을 들려주었다. 재미있으니까 하겠지만 그래도 무식하게 한번 더 물어봤다. 보람찬가? 허허 웃더니 말한다. “2008년에 아는 사람 소개로 우연히 인디포럼 일을 시작했다. 같은 방식으로 2009년부터는 인디다큐페스티발 일을 시작했고. 솔직히 말해 내 자리를 찾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