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속여서 낼까 생각도 했었다.” 전화를 받은 배우 김성오는 무척 쑥스러워했다. “촬영과 관련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소 즐겨 만지고 놀던 스마트폰으로 재미삼아 만들어본 것이다.” 눈썰미가 있다면 그를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김 비서를, <아저씨>에서 악역 종석을 연기한 그가 맞다. 제2회 olleh 스마트폰영화제가 2월12일 경쟁부문 출품작을 마감했다. 출품작은 지난해에 비해 128편이 늘어난 총 598편이다. 김성오가 시나리오, 연출, 촬영 등을 직접 맡아 ‘아는 동생’ 4명과 함께 만든 작품은 <와리깡>이라는 제목의 단편영화다. 일본어로 ‘각자 부담’이라는 뜻을 가진 이 영화는 남자친구가 입대할 때 여자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고찰한다. “남자는 그때 흘리는 여자의 눈물을 ‘얘가 나를 사랑하는구나’라고 해석하지만 정작 여자는 ‘이제 나랑 놀아줄 남자친구는 없구나’ 하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다고 하더라. 서로 다른 남녀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건 경험담일까. 그건 아니라고 한다.
10분 남짓한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총 5회차를 촬영할 정도로 김성오와 그의 친구들은 공을 들였다. “얼마 전 50년 만의 한파가 불어닥쳤을 때 강원도 대관령에서 촬영했다. 남자 역을 맡은 동생이 팬티 바람으로 무릎까지 올라오는 눈을 헤치고 걸어가는 신을 찍었는데, 어찌나 춥던지….” 촬영이 끝난 뒤 아는 사람을 졸라 편집과 음악도 해결했다. “이것저것 모르는 게 많아서 부탁해야 하는 게 많았다. 그분들은 많이 귀찮았을 거다. (웃음) 찍을 때는 아쉽고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다 끝낸 지금은 내 영화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영화제는 박찬경, 봉만대, 정정훈, 임필성 등 심사위원들의 공정한 심사를 거친 뒤 3월19일 수상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생한 만큼 참여하는 데만 의의를 두는 건 아닐 테고, 혹시 그가 예상하는 성적은 몇등일까. “무조건 상금 2천만원이 걸려 있는 1등이다! 수상하면 5명이서 함께 소고기를 원없이 먹기로 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