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두진의 architecture+]
[architecture+] 첨탑 아래 비밀의 방은 이제 지겨워
2012-02-23
글 : 황두진 (건축가)
<해리 포터> 시리즈 속 고딕 건축의 획일성

2011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로 <해리 포터> 시리즈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과연 막을 내린 것일까? 영화는 주인공들이 자기들끼리 결혼을 해서 그 자식들을 다시 호그와트로 보내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작가는 이렇게 동창회를 학부형회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리즈를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모리아티 교수와 얼음 계곡에 몸을 던진 셜록 홈스를 다시 살릴 수는 있어도, ‘해리 포터: 육성회비의 비밀’ 같은 것을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드라마틱한 비주얼 없이 이 영화가 설립되기는 힘들다. 지구상엔 수많은 건축양식이 있지만 이런 마법 이야기의 배경으로 가장 인기있는 것은 역시 고딕이다. 카프카의 <성>에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 이르기까지 그 명단은 길다. 건축적으로 보자면 고딕은 어둡고 감춰진 구석을 많이 갖고 있는 건축 양식이다. 마치 침엽수림처럼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수많은 첨탑들은 저마다 접근하기 어려운 계단실과 누군가가 갇혀 있을 것 같은 비밀의 방들을 품고 있다. 게다가 무대장치의 이면처럼, 혹은 갑각류처럼 건물을 지탱하는 구조물들이 외부에 빼곡하게 노출되어 있다. 방들의 형상도 가지가지다. 그 어떤 건축 양식도 고딕만큼 비밀을 그 안에 담기 좋은 것은 없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이제 방금 한 말을 번복해야겠다. 고딕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신비로운 공간을 내포하고 있는 건축 양식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그런 건축 양식이 영화나 문학을 통해 전세계 대중 앞에 드러난 정도가 약할 뿐이다. 방학기나 고우영의 만화에 등장하는 깊은 산속의 한옥은 비밀과 신비로움을 가득 담은 보물상자 같은 존재였다. 다락, 곳간 등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공간의 향연이란! 아랍세계의 건축물들은 또 어떤가. 공간의 풍요로움이 담을 수 있는 이야기의 범위는 고딕을 능가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다니던 아랍의 소년들이 모두 테러리스트로 변신한 듯한 시대를 살고 있다. 누구나 세계화를 이야기하지만 역설적으로 세계의 다양성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고딕이 아닌, 비서구권 건축을 배경으로 하는 근사한 영화적 상상력을 온 세계가 즐길 수 있는 날은 과연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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