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게임>은 잘 만든 스포츠영화다. 최동원과 선동열, 롯데와 해태, 전라도와 경상도, 연대와 고대처럼 뿌리 깊은 한국적 갈등과 80년대의 전설적인 야구경기가 영화적으로 재구성되는 쾌감이 있다. 보수적인 백인 노친네가 아시안 이웃과 마침내 소통하는 것처럼 극적인 변화로 인한 감동도 존재한다. 가상인물 박만수의 동점홈런이 그렇다. 이것은 어쨌든 스포츠영화이다. 그 뒤로 쭉 이어지는 클라이맥스는, 약간은 과장되고 스피디한 연출과 편집으로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는데, 김태성의 음악이 아니었다면 자칫 촌스러웠을 것 같다.
박만수의 동점홈런 신의 <Cherish>와 연장전 내내 흐르는 <록키>의 테마를 변주한 <Overtime>은 그가 영화음악의 위치와 효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음을 새삼 상기시킨다. 관습적 장치로서 영화음악, 요컨대 사운드가 만드는 감정의 고양효과는 <최종병기 활>에서처럼 공감각적으로 부각되고 마침내 두 사람의 진심이 충돌하며 뭔가를 바꾸는 극적인 순간을 뚜렷하게 부각시킨다(의도적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때는 음악이 대사를 집어삼키기도 한다). 엔딩의 <그것만이 내 세상>보다 이 스코어들이 더 중요하게 들리는 건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