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시상식과 마찬가지로 큰 이변은 없었다. 지난 2월19일 스페인 시네 아카데미(Academia de Cine)가 주최하는 제26회 고야시상식이 열렸다. 고야시상식은 스페인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으로, 스페인 영화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축제이기도 하다. 엔리케 우르비수 감독의 스릴러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No habra paz para los malvados)가 14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내가 사는 피부>가 16개, 마테오 길 감독의 서부영화 <블랙손>(Blackthorn)이 10개, 그리고 벤디토 삼브라노 감독의 시대극 <더 슬리핑 보이스>(La voz dormida)가 총 9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고, 결국 네 작품이 작품상, 감독상, 주연상 및 신인 남녀배우상까지 골고루 나누어 수상했다.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은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였다.
몇몇 영화를 빼고 나면 ‘그들만의 잔치’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평이한 시상식이었지만 감상 포인트는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우선, 스페인 시네 아카데미에 뿔이 나 2004년부터 시상식을 등졌던 알모도바르 감독이 <내가 사는 피부>로 몇년 만에 시상식에 참가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유이스 오마르는 <에바>로 배우 인생 30년 만에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첫 고야상을 차지했고, 97년부터 알모도바르 감독과 꾸준한 작업을 이어가는 한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로 오스카 음악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는 <내가 사는 피부>로 10번째 고야상을 수상해 최다 개인수상자 기록을 세웠다.
올해 시상식장 안팎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었던 주제는, 심각한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들을 배출해낸 스페인 영화계에 대한 ‘자축’, 그리고 인터넷 ‘배급’문제였다. 특히 배급문제는 레드카펫 패션만큼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시네 아카데미의 회장인 엔리케 곤살레스 마초는 영화제에서 행한 10분짜리 스피치에서 불법 다운로드가 영화 제작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언급하며 “인터넷은 아직 영화계에 경제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창구는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시상식 이후 인터넷 환경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제작사와 미디어들의 움직임은 분주해졌다.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의 제작사이기도 했던 방송사 <Tele5>(텔레싱코)는 자사의 유료 다운로드 웹사이트 ‘미텔레’에서 4.72유로에 고화질로 다운받기 프로모션을 시작했고, 유료영화를 상영하는 <카날 플러스>에서는 <내가 사는 피부>와 <블랙손>의 다운로드용 고화질 영상 링크를 공유해 5유로에 관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편, 2011년 개봉작이었던 수상작들은 3월부터 스페인 전역의 영화관에서도 재상영된다.
올해의 주요 부문 수상작
작품상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
감독상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의 엔리케 우르비수
여우주연상 <내가 사는 피부>의 엘레나 아나야
남우주연상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의 호세 코로나도
여우조연상 <더 슬리핑 보이스>의 아나 와그너
남우조연상 <에바>의 유이스 오마르
신인여우상 <슬리핑 보이스>의 마리아 레온
신인남우상 <내가 사는 피부>의 잔 코르넷
신인감독상 <에바>의 키케 마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