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미혼에 서른다섯살인데 <홈 스위트 홈>에서 기러기 아빠로 나온다.
=<풍산개>의 전재홍 감독님 소개로 문시현 감독님과 만나게 됐다. 그런데 막상 내용을 들어보니 내가 맡기엔 어려운 역할 같더라. 한편으론 가정을 지키고 싶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남자로서 자존심을 구기기 싫은 태수의 심정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고. 그래서 아는 선배님들을 소개해드릴까 했는데 직접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믿어주는 마음이 감사해서 당연히 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700만원으로 10회차 만에 만든 초저예산영화다 보니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다.
=항상 시간에 쫓겼다. 경찰서 장면도 한나절 안에 못 끝내면 보충촬영이 불가능했고, 감독님이 양산에 계신 친척 분께 빌린 아파트에서 찍어야 하는 분량도 이틀 안에 무조건 끝내야 했다. 자연히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모자란 부분이 많았을 텐데도 감독님께서 워낙 결단력있게 진행해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 옥상신에 대해선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주로 단역을 많이 했다.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역할은.
=아무래도 <비스티 보이즈>가 기억에 남는다. 이전까지 <스위트 드림>이라고, 나중에 <스트레인저>로 제목이 바뀐 영화에 5년을 매여 있었는데 결국 개봉을 못했다. 그 영화를 찍기 전까지만 해도 <봄의 왈츠> 오디션에도 붙고 <싸움의 기술>에도 출연하면서 연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그 작품에 매달려 20대 후반, 30대 초반을 보내고 나니 자신감이 사라지더라.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직접 영화사를 찾아다니며 프로필을 뿌렸는데 그때 처음으로 불러준 곳이 <비스티 보이즈>의 제작사였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나.
=시트콤을 해보고 싶다. 남들이 모르는, 내가 가진 의외의 면을 보여주고 싶다. 회사에서는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최다니엘이 했던 역할을 원하고 있다. (웃음) 열심히 해서 쉰살이 되기 전에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도 다시 해보고 싶다. 예전에 홍대 프린지 페스티벌에 올렸던 연극인데 중간에 고생했던 때가 생각나 공연도 제대로 못 끝내고 무대 뒤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너무 나이 먹기 전에 꼭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