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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돈 욕심보다 작품 욕심이 많다"
2012-03-13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최성열
<청춘 그루브> 제작한 다세포클럽 장원석 대표

<의형제> <최종병기 활> <퍼펙트 게임>을 연달아 흥행시킨 다세포클럽의 장원석 대표는 지금 현재 가장 뜨거운 제작자다. 올해만 해도 그가 제작한 작품 다섯편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왕의 남자> <비스티 보이즈>의 프로듀싱부터 <최종병기 활>의 제작까지, 예리한 감각으로 충무로 주류영화의 제작에 관여해왔던 그가 처음으로 저예산영화 <청춘 그루브>를 만들었다.

-<청춘 그루브> 개봉이 좀 늦었다. 2010년에 촬영을 마친 영화인데.
=당시 영화진흥위원회 제작 지원작이 열두편 정도 있었는데 다들 개봉이 조금씩 늦었다. 그중 개봉 못한 영화도 서너편되고. 우리는 좋은 여건에서 개봉하려다가 마지막에 욕심을 덜어내고 규모를 줄여서 가자는 생각에 지금 개봉하는 거다.

-줄거리만 듣고는 음악영화인 줄 알았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직접 랩을 하거나 노래부르는 장면이 적더라.
=음악은 소재일 뿐이고, 사실 <청춘 그루브>는 성장드라마다. 내가 이 영화에 매력을 느낀 이유이기도 한데, 변성현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평범한 삶, 좌절한 삶이라도 그게 절대 실패한 삶이 아니라고. 모든 사람들의 삶엔 의미가 있고 그런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라. 일반 관객에게 상당히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해 제작을 맡게 됐다.

-<청춘 그루브> 같은 저예산영화를 만든 적이 있었나.
=없다. 내가 이제까지 참여한 작품 중 가장 저예산이다. 아니, 생각해보니 하정우, 공효진이 참여한 국토대장정 영화 <프로젝트 577>이 더 저예산이긴 하네(올해 6월 개봉예정).

-이렇게 저예산영화를 제작할 때 염두에 두는 게 있나.
=첫 번째는 예산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저질로 보여선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난 상업영화를 만드는 제작자이기 때문에 좀더 장르적이고 극적으로 갈 수 있는 부분, 유머코드들, 이런 부분에 대해 소소한 의견을 전했고, 변 감독이 이를 많이 수용해줬다. 두 번째는 만드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 안되겠다는 마음이었다. 원래 저예산영화는 어쩔 수 없이 열악한 환경에 몰리게 되고 개런티도 많이 못 주니 만드는 사람이 힘들다. 아주 세심한 거지만 스케줄도 배려해서 운용하고, 스탭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더 따뜻하게 건네고. 그런 점에 신경을 썼다. 시작할 때 전 스탭들에게 인센티브 계약을 하기도 했다.

-<청춘 그루브> 이후에도 <점쟁이들> <내가 살인범이다> <프로젝트 577> <미확인 동영상> 등이 올해 개봉한다. 이렇게 많은 작품에 관여하는데 정신이 없지 않나.
=다세포클럽도 안동규 사장님과 함께 운영하고 있고, 공동제작하는 작품이 많아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다 보니 다작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돈 욕심은 없는데 작품 욕심이 많다. 지금도 개발하고 싶은 아이템이 너무 많다. 당장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갈 작품도 있다.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평범한 주부가 마약사범들의 꾐에 넘어가 마약을 운반하다가 억울하게 잡혀 옥살이하는 얘기다. 판타지 스릴러, 코믹휴먼 드라마 시나리오도 개발 중이다.

-어떤 아이템에 끌리나.
=크게 두 가지 기준이다. 신선한 이야기인지, 내가 봐왔던 이야기만큼 익숙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인지를 본다. 될 수 있으면 전자를 지향하지만 신선하고 독특한 이야기를 찾는 게 생각처럼 쉽진 않다. 그래서 독특한 소재를 찾으려 노력하고, 그 소재를 푸는 방식에서 완성도를 높이려고 한다.

-제작하는 대부분의 작품이 공동제작인데, 이런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
=벌면 나누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난 작품이 잘되고자 하는 열망이 크면 클수록 영화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공동제작을 하게 되면 하나의 주체가 더 들어와서 이 영화가 잘되길 바라고, 열정도 쏟고, 내가 커버하지 못하거나 잘 모르는 부분을 상쇄해주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서른한살에 다세포클럽 대표가 됐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안동규 대표님과의 인연을 먼저 말하면 내가 중앙대 영화과 2학년일 때 학교에 특강을 오셨다. 그때 불쑥 찾아가서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박봉곤 가출사건>의 제작부 일을 소개해주셨고 그 이후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님이 나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 건 <왕의 남자> 아이템을 기획했을 때인 것 같다. 다세포클럽 설립 당시 대표님이 <가을로> <다세포소녀>를 동시에 진행하느라 매우 바쁘셨다. 그래서 나에게 계약직 대표 제안을 하셨고, 지금까지 맡고 있다.

-앞으로 제작자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할리우드에 가서 주류영화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컴퓨터 폴더에 ‘할리우드’라고 따로 모아놓은 아이템들이 많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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