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열두살 소년의 버킷 리스트 <열두살 샘>
2012-04-11
글 : 이주현

영화가 시작되면 비디오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있는 소년이 등장한다. 곧바로 관객은 이 소년에 대한 다섯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이름은 샘, 나이는 12살, 신기한 이야기와 사실을 수집해 일기를 쓰고, 백혈병을 앓고 있고, 누군가 이 일기를 볼 때쯤엔 아마 죽어 있을 거라는 사실. <열두살 샘>의 원제는 <Ways to Live Forever>이다. 영원히 사는 법. 하지만 뱀파이어가 되지 않는 한 불멸의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쯤 샘(로비 케이)은 잘 알고 있다. 대신 샘은 병원에서 만난 친구 펠릭스(알렉스 에텔)와 함께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실행에 옮긴다. 미성년자 관람불가인 공포영화 보기, 세계신기록 세우기, 여자친구 사귀기, 비행선 타기 등이 샘의 버킷 리스트다.

<열두살 샘>은 눈물샘을 자극할 요소를 두루 갖춘 영화다. 하지만 관객을 오열하게 만들진 않는다. 최대한 담담하게 소년의 죽음을 배웅한다. 그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그러니까 샘의 일기는 절절한 투병기도 아니고 삶에 대한 희망기도 아니다. 그저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 대한 일상적인 기록으로 채워졌다. 샘이 늘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건 그에게 죽음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샘은 계속해서 묻는다. ‘신은 왜 아이들을 아프게 할까?’ ‘사람은 왜 죽어야 하나?’ ‘죽으면 어디로 갈까?’ 열두살 소년의 죽음에 관한 고찰은 순수하고도 진지하다. 지난해 드라마 <여인의 향기>로 불었던 버킷 리스트 열풍이 이번엔 소년 소녀들 사이에서 다시 불지도 모르겠다. 2008년 출간된 샐리 니콜스의 동명 소설(한국판 <아빠, 울지 마세요>)이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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