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열일곱살, 이제 청춘이다
2012-04-16
글 : 문석

수비수들이 한갓지게 노닥거리고 골키퍼마저 낮잠을 자 골문이 비어 있는데 연이은 헛발질과 서투른 슈팅 실력으로 기회를 홀랑 날린 꼴이랄까. 지난밤의 선거는 야권의 무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하긴 우리 지역구마저 그 꼴이 났으니…(역사와 민족 앞에 별 할 말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마당에 뭔가 떠들썩한 잔치판을 벌인다는 게 면구스럽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어쩌랴. <씨네21>이 창간 17주년을 맞았다는 사실은 피해갈 도리가 없는 것을.

이번 창간호에는 아주 특별한 만남을 기획했다. 예전에 영화에서 함께했던 배우들의 재회가 그것이다. <태양은 없다>에서 청춘의 허한 내면을 보여줬던 정우성, 이정재가 영화에서처럼 잠수교를 함께 걸었고 <아는 여자>에서 희한한 사랑을 나눴던 정재영, 이나영이 초록빛 운동장(시즌 중이라 야구장은 빌리지 못했다. ㅠㅠ)에서 다시 만났다. 이 기사를 흥미롭게 봤다면 이들이 함께했던 그때 그 영화를 다시 봐도 좋을 것이다. <건축학개론>이 불러일으킨 1990년대에 대한 추억을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한 ‘90년대 아이콘 연대기’도 알차게 기획한 아이템이다. 이 글을 읽다보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화가 90년대부터 뿌리내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지난해 <마당을 나온 암탉>, 최근 <건축학개론> 등으로 충무로의 진정한 강자임을 확인케 한 명필름 이야기와 푸른 눈의 한국영화 평론가 달시 파켓의 <돈의 맛> 출연 체험기, 공정 방송이라는 고지를 향해 분투하고 있는 방송사 파업 현장 방문기 또한 창간호를 위해 각별히 신경 쓴 기획들이다. 그리고 표지를 장식해준 이병헌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촬영 중임에도 시간을 내준 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창간을 맞아 지면개편도 단행했다. 이번 개편의 하이라이트는 칼럼이다. EBS 김진혁 프로듀서, 이송희일 감독, 김선우 시인, 그리고 동물애호가 이효리(!!)씨가 참여하는 ‘디스토피아로부터’는 암울한 현실에서 새 희망을 찾으려는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담을 예정이다. 전계수 감독과 글쟁이 김경씨가 함께할 ‘So What’은 일상의 소소함을 맛깔난 글로 풀어내는 칼럼이다. 소설가 김중혁이 최신가요를 논할 ‘최신가요인가요’나 최고의 시네필 이용철씨가 연재할 ‘아주 사적인 클래식’, 장르영화광 김종철씨가 맡을 ‘컬처 아일랜드’도 쏠쏠한 재미와 지식을 전하게 된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아이콘’에서 ‘미학 에세이’로 연재 주제를 바꾼다. <씨네21>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신전영객잔’은 김영진, 김혜리, 정한석이 이끌게 된다. 익숙한 필자들이지만 영화평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뭉치게 됐다. 정묘한 글로 소문난 문학평론가 신형철씨는 6월부터 ‘스토리텔링’(가제)을 연재할 계획이다. 특유의 분석력으로 한국영화의 텍스트를 세밀하게 읽어줄 것이다. 그외에도 이런저런 변화가 있으니 유심히 봐주시길 바란다. 또 <씨네21>이 창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여러 이벤트도 있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 아직은 창간을 축하해줄 기분이 아니라고? 연말의 진짜 대결을 준비하며 일단 힘차게 놀아보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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