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유령이 법정에서 증인이 될 수 있을까 <멋진 악몽>
2012-04-18
글 : 이화정

<멋진 악몽>의 원제는 ‘멋진 가위눌림’이다. 뭐든 ‘멋진’이란 수식어는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이 말도 안될 상황도 ‘웃음의 연금술사’로 알려진 미타니 고키의 영화에 대입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가위눌림이라는 판타지한 설정이 화면에 생생하게 표현되고, 곧 웃음으로 치환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모두의 집> <우쵸우텐 호텔> <매직 아워>, 연극 <웃음의 대학>을 연출한 미타니 고키만의 세계다.

<멋진 악몽>의 가정은 과연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이 법정에서 증인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의 문제다. 아내의 살해범으로 몰린 남자는 사건 당일, 알리바이로 잠을 자다가 무사 유령이 나오는 가위에 눌렸다고 말한다. 무사 유령을 법정에 세우기만 하면 무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한 변호사 에미(후카쓰 에리), 그리고 엄한 사람이 살인죄를 쓰는 건 원치 않는다며 동참하는 유령 로쿠베(니시다 도시유키). <멋진 악몽>은 기상천외한 둘의 협업이 법정에서 상식으로 통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코믹 해프닝으로 풀어낸다. 미타니 고키가 연출한 연극적 상황과 법정드라마의 형식적 궁합지수는 꽤 높다. 법정드라마 특유의 통쾌한 설전은 없지만 대신 착한 웃음으로 도배된 재판과정이 훈훈한 감흥을 안겨준다. “죽은 자의 증언이 인정되면 재판 자체가 달라질 텐데”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유령이 출몰한 영화 속 재판은 결국 억울한 많은 이들을 위한 유쾌한 위로로 기능한다. 후카쓰 에리, 니시다 도시유키 등 미타니 고키 사단으로 알려진 배우들의 과장되지 않은 연기, 더불어 아베 히로시, 다케우치 유코, 아사노 다다노부, 구사나기 쓰요시의 등장은 짧지만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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