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환상의 트러풀라 숲과 나무요정 <로렉스>
2012-05-03
글 : 송경원

살아 있는 나무 한 그루 없는 최첨단 인공도시 스니드빌에서 사람들은 휴대용 공기를 마시며 살아간다. 어느 날 소년 테드(잭 에프론)는 나무를 구하기 위해 마을 밖으로 모험을 떠난다. 짝사랑하는 이웃집 누나 오드리(테일러 스위프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진짜 나무이기 때문이다. 황량한 언덕 위 원슬러의 오두막에 도착한 테드는 그에게서 환상의 트러풀라 숲과 나무요정 로렉스(대니 드 비토)에 얽힌 놀라운 비밀을 듣게 된다.

<로렉스>는 올해 개봉한 어떤 영화보다 직접적이고 선동적이다. 20세기의 안데르센이라 불리는 동화작가 닥터 수스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이 묵시록적인 애니메이션은 플라스틱 도시 스니드빌을 통해 환경 파괴가 야기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에 관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환경 재앙에 대한 원작의 묵시록적 비전과 달리 영화의 분위기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밝고 화사하다. 모든 등장인물이 시종일관 농담과 웃음을 던지고 각종 동물 캐릭터들은 온갖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으로 관객을 유혹하려 애쓴다. 화려하지만 비현실적인 트러풀라 나무만 봐도 밝고 행복해야 한다는 영화의 강박을 읽을 수 있다. 재미도 교훈도 충분하지만 그같은 강박이 일정 부분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영화는 엔딩곡 <Let It Grow>(나무를 키워요)가 관객의 귓가에 맴돌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직접적으로 환경보호를 반복 강조한다. 행복하고 신나는 축제 분위기 사이에 심어놓은 섬뜩한 메시지들을 굳이 감추려 하지도 않는 실로 정치적인 동화다. 그럼에도 북미 흥행 1위의 기록이 증명하듯 깨알 같은 웃음과 앙증맞은 캐릭터들, 욕심 부리지 않은 깔끔한 마무리로 관객을 효과적으로 설득한다. 애니메이션의 신흥강자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의 저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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