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
[클로즈 업] “ 하차 의사와 함께 돈 얘기를 꺼냈다”
2012-05-08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미스터 K> 이명세 감독 계약 해지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연 JK필름 길영민 대표

결국 JK필름이 입을 열었다. 이번 사건을 최대한 조용하게 해결하겠다는 JK필름의 입장이 변한 것이다. 갑자기 마음을 바꾸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JK필름 길영민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명세 감독님께서)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이 사실과 다른 게 너무 많다. 선배님에 대한 예의도 있고, 사태를 조용히 해결해 하루빨리 프로젝트를 재개하는 게 우선이었지만….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이 고통을 해결하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씨네21> 852호 포커스 ‘하차당했다 vs 소통 거부했다’ 기사가 난 4월30일 낮 JK필름 근처에서 길영민 대표를 만났다.

-얼굴이 수척하다.
=이번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윤제균 감독은 5kg 정도 빠졌다.

-스탭 고용과 관련한 협의가 오래 걸리는 이유가 뭔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명세 감독의 위로금을 협상하고 있는 중이다. 4월21일 김정곤 <미스터 K> 조감독을 통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물러나겠다. 내가 후배 감독의 앞길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대신 명분과 실리는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와 얘기하라’는 이명세 감독의 말을 전달받았다. 다음날 윤제균 감독이 정태원 대표를 만났고, 정태원 대표에게 ‘3억원이 적당한 액수’라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3억원은 터무니없는 액수였다. 그럼에도 윤제균 감독은 위로금 명목으로 1억5천만원을 다시 제안했다. 그 문제로 논의하던 중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기사가 터진 것이다. 만났던 기자들에게는 ‘스탭 고용문제로 협의 중’이라는 말을 하고, 우리와 협상 테이블에서는 자신의 개런티를 챙기고 계신 것이다. 이걸 보면서 더이상 협상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이명세 감독은 <영자야, 내 동생아>를 진행하면서 지인에게 빌렸던 3천만원과 <미스터 K> 법인카드로 쓴 1400만원도 함께 갚아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이명세 감독은 ‘합의금을 일시불로 지급하라’고 말씀하고 있고, 우리는 일단 ‘돈 얘기 하기 전에 사실부터 알리겠다’고 전한 상태이다.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이명세 감독과 윤제균 감독 사이에 낀 정황이 궁금하다.
=정태원 대표가 윤제균 감독, 이명세 감독과 친하다. 4월7일 촬영이 중단됐을 때 이명세 감독은 태원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갔다. JK필름이 지금까지 <미스터 K>에 쓴 돈이 30억원인데, 이걸 태원엔터테인먼트가 JK필름에 물어준 뒤 <미스터 K>를 함께하자는 제안을 했다더라. 정태원 대표가 투자사의 고위 관계자를 찾아간 것도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거고. 당연한 얘기지만 중요한 건 <미스터 K>의 제작권은 JK필름에 있다. 그리고 1차 편집본을 제작사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제3자(지인, 기자, 평론가)에 공개한 건 ‘계약서 15조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그리고 제작사, 투자사의 동의 없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권리를 다른 제작사에 제안하고, 투자사(CJ)를 통해 제작권을 다른 제작사에 넘기려고 한 행위는 명백하게 불법이다.

-이명세 감독이 <미스터 K>의 저작권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했다는 사실도 들었다.
=<미스터 K>의 저작권이 이명세 감독의 이름으로 4월24일 등록된 사실을 하루 지난 4월25일에 알게 됐다. 보통 저작권 신청을 하게 되면 며칠 걸리니까 이명세 감독은 그보다 한주 정도 전에 신청했을 것이다. <미스터 K>의 시나리오를 쓴 박수진 작가는 이 사실을 듣고 매우 불쾌해했다. 알려진 것처럼 <미스터 K>는 이명세 감독의 아이템도, 시나리오도 아니다. 이것은 ‘일에서는 스페셜리스트이지만 아내 앞에서는 꼼짝 못하는 남자’라는 윤제균 감독의 아이템을 JK필름 박수진 작가가 쓴 거다.

-촬영이 중단된 날로 돌아가보자. 이명세 감독은 타이 촬영을 CG 소스를 찍기 위해 간 거라고 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타이 스케줄표를 보여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어떤 제작사가 CG 소스를 촬영하기 위해 주요 스탭과 주연배우 모두를 대동하고 해외로 가나. 타이 촬영에 참여한 스탭은 국내 주요 스탭과 타이 현지 스탭 70~80명이다. 보통 CG 소스 촬영은 프로듀서, 감독, 촬영감독, 촬영부, 연출부 등 최소한의 스탭만 간다. 그리고 소스 촬영은 <미스터 K>의 촬영부 B팀이 찍기로 한 것이다. 촬영 B팀이 소스 촬영하는 건 충무로 제작 시스템에서 흔한 풍경이다.

-그리고 국내에 돌아온 뒤 양수리 세트장에서 촬영할 때 촬영을 중단한 건 어떤 이유에서인가.
=<씨네21> 기사에 난 그대로다. 타이 6회차 촬영분과 국내 4회차 촬영분을 편집한 1차 편집본을 확인한 결과, 감독과 JK필름이 사전에 합의한 부분과 달랐다. 특히, 철수의 캐릭터가 드러나야 하는 노천 카페 신은 대사가 다 날아갔다. 원래 시나리오에서 그 장면은 무려 1장 반에 달할 정도로 대사가 많았다.

-이명세 감독은 대사를 다 찍어놨다고 하던데.
=물론 찍긴 찍었다. 그런데 편집실에서 붙여보니 연결이 안되더라. 그래서 감독에게 잠깐 재정비한 뒤 4월8일 지방 촬영의 출발점인 안동으로 내려가자고 얘기했는데, 감독님은 그 말을 불쾌하게 들으셨던 것 같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이명세 감독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은 뒤 4월6일 현장에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이명세 감독은 그 변호사를 두고 ‘지인이 지나가다 들른 것이지. 법적으로 처리하려는 목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두 가지 가정 중 하나일 거다. 이명세 감독이 먼저 그 변호사에게 전화를 했거나, 아니면 그 변호사가 이명세 감독에게 먼저 전화를 했거나다. 무엇이 사실인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촬영장에 변호사가 왔다는 것, 이명세 감독이 부른 변호사라는 사실이다. 그건 법적 자문을 구하기 위한 의사라고 본다. 그날 밤 12시, 촬영이 끝난 뒤 열린 회식 자리에서 이명세 감독은 스탭들에게 ‘촬영 중단은 모두 윤제균의 계략’이라고 음해성 소문을 퍼트렸다.

-4월8일 윤제균 감독과 이명세 감독이 JK필름에서 만났다. 무슨 대화를 나눴나.
=이명세 감독이 ‘<미스터 K>는 네 밥이 아니다. 아는 민변 변호사가 있으니 법적으로 하자. 할 말 있나?’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은 윤제균 감독은 아무 말도 못했다.

-감독 계약 해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건 언제인가.
=4월16일 두 번째 만났을 때 이명세 감독은 윤제균 감독에게 ‘코미디는 네가, 액션은 내가 찍는 걸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상식 밖의 내용이라 거절해야 했다. 감독에 대한 신뢰가 이미 깨질 대로 깨졌고, 자칫 <미스터 K>가 무너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윤제균 감독은 이명세 감독에게 ‘엎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살려주십시오’라고 말했고, 이명세 감독은 그 말을 해고로 알아들었다. 그리고 4월22일 이명세 감독은 조감독을 통해 <미스터 K> 하차 의사와 함께 돈 얘기를 꺼냈다. 지금까지 이명세 감독과 협의하던 중 더이상 이분을 믿고 프로젝트를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문제는 이명세 감독이 주장하는 ‘일방적인 감독 계약 해지’가 아니라 ‘그의 비상식적이고 파행적인 언행이 감독과 제작사간의 신뢰를 깨뜨렸고, 그 때문에 소통 불가능한 상황이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가장 궁금한 건 이 프로젝트에 이명세 감독을 선택한 이유다.
=2010년 3월 이명세 감독이 당시 준비하던 <영자야, 내 동생아>의 제작이 무산됐다. 평소 이명세 감독을 존중하고 따르던 윤제균 감독이 이명세 감독에게 <미스터 K>를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 물론 ‘이명세-윤제균’ 조합이 삐걱거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걱정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이명세의 비주얼과 윤제균의 코미디가 합치면 제법 시너지 효과를 낼 것 같았다. CJ의 반대를 무릅쓰고 윤제균 감독이 이명세 감독을 감독 자리에 앉힌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어쨌거나 우리가 잘못한 거라면 <미스터 K>를 이명세 감독에게 맡긴 것이다. 그게 큰 실수다.

-스탭 고용 및 처우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미 4월9일, 10일부터 JK필름은 스탭들에게 ‘이번 문제가 장기화될 것’을 알렸고, ‘감독이 교체되더라도 함께 갈 사람은 함께 가고, 감독과 함께 프로젝트에 하차할 스탭은 그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전달했다. 하차하는 스탭에게 촬영 전 선금으로 준 50%를 상환 요구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촬영감독은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제작부, 연출부 일부, 조명팀, 무술팀, 특수효과팀은 끝까지 함께 가기로 했다. 공석이 된 촬영감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5월1일 신예 이승준 감독을 <미스터 K>의 새 감독으로 임명했다.
=이승준 감독은 <해운대> <퀵>의 조감독으로, JK필름에서 만드는 블록버스터 시스템을 잘 안다.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드라마와 코미디에 재능이 있더라. 촬영 재개일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 이승준 감독이 바통을 넘겨받은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프리 프로덕션을 조금 더 해야 촬영을 재개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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