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저 아이는 어쩌면 좋을까. 궁리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고아원, 입양 같은 단어들이 오간다. 그때 다이키치(마쓰야마 겐이치)가 벌떡 일어나 린(아시다 마나)에게 다가가 묻는다. “우리 집 가서 살까?” 그렇게 27살짜리 총각 조카와 6살짜리 늦둥이 이모의 동거가 시작된다. 다이키치에게 주어진 첫 번째 미션은 ‘린 보육원 보내기’다. 만원 지하철을 뚫고 린을 보육원에 데려다준 뒤 제시간에 출근하기 위해 다이키치는 달리고 또 달린다. 그리고 매일 늦은 밤까지 린을 혼자 보육원에 남겨둘 수가 없어 야근이 없는 부서로 이동까지 한다. 하지만 육아의 세계는 그의 생각보다 넓고도 깊다. ‘아픈 린 보살피기’, ‘혼자 자기 무서워하는 린 달래기’, ‘이불에 실례하는 린 버릇 고쳐주기’ 등 그가 어엿한 보호자가 되기 위해 통과해야 할 일은 많고도 많다. 다행히 그때마다 그의 딸바보 동료들이, 보육원 동기생 엄마가, 그리고 가족들이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그리하여 생면부지였던 다이키치와 린은 ‘가족’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사이가 되어간다.
우니타 유미의 만화 <토끼 드롭스>를 원작으로 한 가족드라마라니. <포스트맨 블루스> <드라이브> <하드 럭 히어로> 등 일관되게 땀 냄새 풍기는 사내들의 세계를 그려왔던 다나카 히로유키, 일명 사부 감독의 이 신작은 그의 팬들에게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감독 특유의 건조하고 군더더기 없는 연출력은 여전하다. 신파나 억지스러운 감동 코드를 끌어들이기 딱 좋은 이 영화를 그는 끝까지 담백하고 소소한 일상의 풍경 속에 담아낸다. 주먹을 휘두르는 사내들 대신 주먹밥을 만드는 꼬마의 자그마한 손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전보다 확실히 덜 뜨겁지만 알맞게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