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건이 아닌 감정을 좇는 영화 <이방인들>
2012-05-09
글 : 이주현

화재사고로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째 되는 날 연희(한수연)는 고향을 찾는다. 오래전 고향을 등졌던 연희를 맞아주는 건 혁(여현수)이다. 연희의 어머니와 혁의 아버지는 장난감 공장 기숙사에서 같은 날, 같은 사고로 함께 세상을 떴다. 연희는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고향을 둘러보기로 하고, 혁은 그녀와 동행한다. 한편 교회 성가대 지휘자이자 장난감 공장 사장인 성진(김중기)이 화재사고와 어떤 관련이 있음이 드러난다. 화재사건은 성진의 삶 또한 훼손시킨다. 공장은 부도나고 그는 사람들의 의심과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성진은 어린 시절 연희가 짝사랑했던 교회 지휘자 선생님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이 암시된다.

<이방인들>에는 최소한의 인물만 등장하며 인물들의 관계는 모두 얽히고설켜 있다. 이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곧 이들의 심정에 다가가는 것이다. 사건이 아닌 감정을 좇는 영화이다보니 이야기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관객으로선 영화가 이야기를 불친절하게 제시한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생략이 많아서이기도 하고 모호하게 암시만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방인들>의 이야기 제시 방식은 장단점이 아니라 특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방인들>의 또 다른 특징은 정물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안겨주는 촬영이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최대한 절제되어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영화의 공간적 배경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영화의 주요 공간인 ‘조용하고 따분하고 그래서 어중간한’ 연희의 고향 동네는 부산 강서지역에서 촬영됐는데, 부산 출신 최용석 감독은 지역의 정서를 영화에 잘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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