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6월10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문의: 02-764-7857
영화의 원작을 본 이상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범죄 사기극의 카타르시스를 말이다. 한 천재 사기꾼의 화려한 성공신화(?)를 다룬 영화는 그야말로 짜릿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마치 비행기에 올라탄 듯하다. 승무원 복장을 한 스탭들이 자리를 안내하고, 무대 또한 공항 탑승게이트처럼 꾸며놨다. 느낌이 좋다. 영화에서 가장 유쾌했던 에피소드가 비행기 조종사로 위장하는 프랭크의 사기 행각이 아니었던가.
극이 진행되자 살짝 당혹스럽다. 뮤지컬은 기대와 달리 범죄와는 거리가 먼 가족물이다. 물론 원작영화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특유의 가족주의가 묻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화려한 쇼 뮤지컬로 변주된 프랭크의 이야기는 각 인물의 내면에 귀기울인다. 프랭크는 “자신이 사라져야 부모님이 가족의 소중함을 갖게 될” 거란 생각에 집을 떠나고(<Someone Else’s Skin>), 눈앞에서 프랭크를 놓친 해너티 형사는 분노하기보다는 프랭크의 물건들을 보면서 그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된다(<The Man Inside Clues>). 아들의 사기 행각을 알게 된 엄마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며 놀라지 않고(<Don’t Be A Stranger>), 무조건 아들을 이해하는 아버지의 모습 뒤에는 프랭크의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감춰져 있다(<Little Boy, Be A Man>). 프랭크를 떠나보낸 브랜다는 “사람들은 그를 의사, 변호사로 보죠. 내게 그는 외로운 작은 소년”(<Fly, Fly Away>)이라고 노래한다.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사춘기 소년의 일탈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16곡으로 이뤄진 뮤지컬 넘버도 대부분의 곡이 감동에 호소한다.
사기극의 짜릿함은 옅어졌지만 유쾌함은 살아 있다.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브로드웨이판 쇼 뮤지컬을 제대로 보여준다. 사기꾼 프랭크와 그를 뒤쫓는 FBI의 추격전을 쉴 틈 없는 무대전환과 화려한 군무와 음악으로 포장해 유혹한다. 특히 쭉쭉빵빵 ‘캐치걸’들이 승무원, 간호사 등으로 변신해 추는 군무는 화끈하다. 남성들의 페티시를 자극할 정도로.
공연은 취향에 맞추어 캐스팅 선택만 잘하면 신나게 즐길 수 있다. 이 뮤지컬은 프랭크에게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기억하라. 다섯명의 프랭크 중 엄기준은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노래와 연기, 앙상블과의 합, 특히 극의 흐름을 쥐고 펴는 느낌이 아주 좋다. 엄기준은 여전히 청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