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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악역이 없다는 게 이 영화의 단점”
2012-05-22
글 : 강병진
사진 : 오계옥
<천국의 아이들> 박흥식 감독

영화 <인어공주>,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을 연출한 박흥식 감독이 교육영화를 만들었다. 서울시교육청의 투자로 제작된 <천국의 아이들>이다. 학교에서 방치된 문제아들이 모여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실제 한 중학교의 교육사례를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그동안 주로 여성 캐릭터를 그려온 박흥식 감독에게 ‘중학생’은 어떤 색깔로 비쳤을지 궁금했다.

-<천국의 아이들>은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였나.
=차승재 대표가 제안했다. 교육에 대한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하더라. 일단 나는 공익영화나 홍보영화라면 안 하겠다고 했다. 차승재 대표도 그에 동의했고 그때부터 함께 교육청 입찰을 준비했다. 시나리오를 같이 쓴 최아름 작가와 함께 강북의 어느 중학교를 가서 영화의 모델이 된 아이들도 만나고, 선생님들과 대화하면서 취재를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영화는 뮤지컬영화가 되어서는 안될 것 같았다. 흔히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아이들이 함께 열심히 뮤지컬을 준비해서 성공적인 공연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

-교육청이 투자를 하고 함께 제작한 영화인데, 그에 따른 제약이 있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자기 검열이 있었다. 지금 영화에는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게 설정으로만 나온다. 솔직히 나는 인물들을 좀더 입체적으로 그리려면, 생생한 에피소드가 더 많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이야기도 풍부해질 테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교육 관계자들의 거부감이 심할 거 같더라. 사실 지금 버전에서도 거부감을 느낀 분들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영화의 교장과 선생님들이 악역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보면 알겠지만 악역이 한명도 없다. 교장도 방과 후 수업을 지원해줄 뿐만 아니라, 바다도 가게 해주지 않나. 마지막에도 교장으로서 현실적인 판단을 할 뿐이고. 너무 착한 사람만 나오는 게 이 영화의 단점이다.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보다 생생했다. 욕 한마디도 일상적으로 흔히 쓰는 언어로 들렸다. 박지빈과 김보라를 빼면 다들 처음 보는 얼굴들이다. 어떻게 캐스팅했나.
=유다인과 박지빈, 김보라를 빼면 다들 영화 연기는 처음이다. 아이들 중 두 여학생은 실제 내가 취재했던 중학교의 친구들을 캐스팅했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섞여 있었지만, 친구가 되면서 연기톤의 이물감도 줄어들었다. 현장에서는 항상 대사를 하지 말고 말을 하라고 했다. 대사가 어려우면 너희들의 말로 바꿔서 하라고. <미안해, 고마워>의 <내 동생>을 만들 때도 그랬지만, 그렇게 배우들의 밸런스를 맞춰가는 작업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영화를 찍는 동안 과거 학창 시절을 떠올리는 일도 많지 않았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오로지 공부에 매달리는 것 같다. 중학생은 고작 만 13살인데, 너무 못 놀고 있더라. 영화를 찍으면서 관객이 느껴주었으면 했던 두 가지 지점이 있었다. 하나는 아이들이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놀기도 하면 좋겠다는 거였다. 다른 하나는 그 애들이 잘못을 해도 주홍글씨를 새겨서는 안된다는 거였다.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을 받지도 못한다. 하지만 관심이 있어야 그 애들이 잘하는 게 뭔지를 찾을 수 있을 거 아닌가. 좀더 칭찬하고 존중하고 잘할 수 있을 때까지 배려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배우로 참여한 2명의 실제 학생들에게도 그런 바람이 있었을 거다.
=처음 그 아이들을 데려올 때는 현장에 적응을 못해서 빠져나갈 수도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더라. 담배를 피우던 아이들이 담배도 끊었다. 나중에 학생주임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는데, 아이들이 이제 공부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하셨다. 다행히 영화현장이 그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한 게 있었던 것 같다. TV에서 보던 배우와 친구가 되고, 옷을 입히고 분장을 해주는 스탭들이 있고, 그렇게 자신을 주목하는 시선이 좋은 영향을 주었을 것 같더라.

-한동안 미루었던 <협녀>(가제)를 다시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지금 캐스팅 진행 중이다. 캐스팅 마무리되고, 투자자가 결정되면 올해 12월 즈음에는 크랭크인을 할 거다. 이용주 감독이 <건축학개론>을 10년 넘게 준비했다는데, 나는 이제 5년째 됐다. 그동안 다른 아이템도 생각했는데, 결국 이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그 다음 영화를 못 만들 것 같더라. 꼭 딛고 가야만 하는 징검다리 같은 영화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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