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보이즈’(Boys)가 참 많기도 하다. 일본영화에서 유독 스포츠 성장드라마가 자주 눈에 띄는 건 활성화된 그들의 고교클럽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노력의 땀방울과 소년의 순수함(내지 엉뚱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환상의 콤비 아닌가. 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 우정, 꿈, 희망 같은 성장의 양분을 얻어 어른이 되어가는 것, 거기에 적당한 코미디가 곁들여져 그야말로 엉뚱 발랄 상큼한 ‘청춘의 맛’이 완성된다.
여기 또 한 그룹의 독특한 ‘보이즈’들이 왔다. 대부분의 운동부가 전국대회를 향해 구슬땀을 흘리며 먼지를 뒤집어쓸 때 이들은 팀원만 모으면 자동으로 전국대회 직행이다. 사가현에는 남자 소프트볼팀이 없기 때문에 만들기만 하면 바로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노구치(가쿠 겐토)는 소프트볼팀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프랑스 레스토랑 셰프를 꿈꾸는 오니즈카(나카야마 겐토)도 노구치의 프로젝트에 휘말린다. 하지만 남학생이 전교 40명밖에 되지 않는 학교에서 9명을 모으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모인 팀원들은 캐치볼조차 할 줄 모르는 오합지졸이다.
딱히 영화적 야심이나 기발한 상상력을 위해 애쓰지 않는다. 영화는 익숙하고 전형적이며 안전하다. 소년들의 엉뚱한 도전은 그리 신선하지 않고 똘똘 뭉쳐 함께 무언가를 발견해나가는 것도 짐작을 벗어나지 않아 감흥이 덜하다. 하지만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시련에서 성장까지 한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을지언정 핵심인 코미디와 발랄한 캐릭터들이 전하는 매력은 특별히 반감되지 않는다. “인생은 부딪쳐봐야 안다”는 대사처럼 <소프트 보이즈>는 알면서도 부딪치고, 깨지고, 다시 도전하는 청춘의 모습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