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장의 인력 수요가 증가하자 많은 일본인이 하와이로 이주하였다. 그 결과 1920년, 전체 하와이 인구 중 43%가 일본인일 정도로 일본인을 포함한 이민자 수가 급증하였고, 이에 하와이는 새로운 이민법을 도입해 추가로 유입되는 이민자의 수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길게 ‘일본인 하와이 이민사’를 꺼내든 까닭은 레오 요시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 <하와이언 레시피>가 (영화에서 거의 아무런 설명을 하고 있지 않지만) 보이는 것처럼 말랑말랑한 ‘힐링 무비’가 아니라 사실은 하와이에 고립된 일본인 이민자들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달 무지개를 보기 위해 여자친구와 하와이 호노카아 마을에 온 레오(오카다 마사키)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이곳으로 이사 온다. 그 마을엔 레오에게 밥 지어주는 것을 낙으로 생각하는 비 아줌마(바이쇼 지에코), 여배우들을 동경하는 할아버지 코이치(2011년 세상을 떠난 기미 고이시), 극장에서 빵을 파는 에델리와 미용사 미즈에 등 노년을 맞이하는 일본인들이 살고 있다. 레오의 등장으로 이들의 삶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올봄 개봉했던 알렉산더 페인의 <디센던트>가 하와이 원주민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 영화는 하와이 일본 이민자들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하지만 <디센던트>에서 하와이 원주민의 후손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어떤 고민이 담겨 있었다면 아쉽게도 이 영화에서는 이민자로서의 삶에 대한 성찰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이 찾는 달 무지개가 어쩌면 사탕수수 농장에서 힘든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던 일본인 이민 1세대들이 매일 밤 돌아가길 소망하며 꿈꾸던 고향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