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시네마톡] 우디 앨런의 파리 매직
2012-07-24
글 : 남민영 (객원기자)
사진 : 백종헌
<미드나잇 인 파리> CGV 무비꼴라쥬 시네마톡 현장

파리를 촉촉이 적셨던 비가 서울에도 내리던 7월13일 저녁, 대학로 CGV에서 <씨네21>과 김영진 영화평론가 그리고 CGV 무비꼴라쥬가 함께하는 <미드나잇 인 파리> 시네마톡의 문이 열렸다. “영화를 상영하는 동안 밖에 비가 많이 왔어요. 비를 좋아하는 여인과 맺어지는 게 어쩌면 이 영화의 주제인데 오늘 우산을 안 쓰고 걸으면 오언 윌슨 같은 남자가 나타날지도 모르겠네요.” <씨네21> 이화정 기자의 밝은 인사로 시작된 이번 시네마톡은 영화처럼 그 어느 때보다 설렘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름다운 파리의 풍광과 1920년대의 예술가 그리고 기적 같은 우연으로 맺어진 남녀의 사랑이 건 마법인 것이다. 우디 앨런과 파리가 선사한 마법에 홀린 것은 이날 관객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김영진 평론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전성기 이후, 우디 앨런의 후기작의 작품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이 많은데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전성기 때와 지금은 확실히 다른 맛이 있는 것 같다”며 <미드나잇 인 파리>에 대한 간단한 평을 전했다.

이화정 기자와 김영진 평론가의 첫 대화 주제는 소설가 길(오언 윌슨)을 1920년대로 데려다준 자동차이자 영화적 장치 ‘푸조’에 초점을 맞췄다. 김영진 평론가는 “이 영화는 자동차라는 장치로 시간을 점프하는데 매우 복잡한 걸 정말 간단히 처리했다. 자동차 대신 마차가 오니까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고. 전혀 저항감 없이 이렇게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만약 20대 감독에게 이 부분의 연출을 맡겼다면 이렇게 스트레이트하게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화정 기자의 생각도 비슷했다. “차 한대로 모든 걸 해결한다. 우디 앨런 감독은 그런 부분에 대해 강박이 없는 것 같다.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것을 손쉽게 풀어놓아서 오히려 관객의 허를 찌른다. 거창하게 생각해야 할 것을 아주 손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우디 앨런의 내공인 것 같다.”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우디 앨런 감독과 파리를 향했다. 우디 앨런의 필모그래피를 훑자면 짚고 넘어가야 할 작품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미드나잇 인 파리>를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점은 그가 자신의 주 무대인 맨해튼이 아닌 파리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었다는 점이다. 이는 2008년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를 바르셀로나에서 찍은 이후 두 번째 시도다. 김영진 평론가는 “우디 앨런은 적은 예산으로 영화를 찍되 절대적으로 감독의 권한을 보장받으며 작업을 하는 감독이다. 타이틀롤을 꼼꼼히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유럽 자본이 적지 않다. 그가 맨해튼이 아닌 파리를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자본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라고 의견을 내놨다. 이에 이화정 기자는 “현재 해외에서 먼저 개봉한 그의 영화 <투 로마 위드 러브> 역시 스페인과 미국, 이탈리아를 오가며 찍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제작비를 대주면 어디든 간다고 비난하는 의견도 있다. 물론 자본도 중요하지만 9·11 테러 이후 그가 사랑하는 맨해튼을 예전처럼 낭만의 도시로 볼 수 없다는 생각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며 의견을 더했다.

시네마톡의 마지막은 늘 그랬듯 김영진 평론가가 장식했다. “우디 앨런 감독이 부러운 것은 그의 작업방식이다. 옛날 스튜디오 시대의 감독처럼 같은 스탭들과 1년에 꾸준히 한편씩 찍는. 그런 의미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우디 앨런이 죽는다면 매우 슬플 것 같다.” 시네마톡이 끝난 그 시각, 비는 여전히 서울을 적시고 있었다. 서울 역시 우디 앨런의 마법을 기다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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