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간 세계의 비정함 <애니멀 킹덤>
2012-08-01
글 : 남민영 (객원기자)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힘이 없는 약자는 어미를 잃은 새끼다. 엄마가 약물 남용으로 목숨을 잃자 이제 막 17살이 된 J(제임스 프레체빌) 역시 혼자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약자가 된다. J는 연락이 끊겼던 외할머니의 집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바즈와 삼촌들을 만난다. 얼핏 가족은 화목해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무장강도이거나 마약을 파는 범죄집단이다. J는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남기 위해 삼촌들의 끄나풀이 된다. 어느 날 경찰에게 바즈가 죽임을 당하자 가족은 복수를 꿈꾸고 J는 삼촌들의 명령으로 차를 훔친다. 그리고 삼촌들은 훔친 차 근처에 매복해 있다가 차를 수색하러 온 경찰들을 죽인다. 이 사실이 발각되자 J는 사건의 주요 증인이 된다. 어떠한 심문에도 입을 다물기를 원하는 가족과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J가 입을 열기를 바라는 경찰 사이에서 소년은 진짜 생존이 무엇인지 깨달아간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애니멀 킹덤>은 J라는 한 소년을 통해 동물의 세계나 다름없는 인간 세계의 비정함을 덤덤히 조망한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가족조차 자신의 목숨을 위해 언제든지 처단해버릴 수 있는 존재다. 엄마의 품을 떠나 이 세계에 불시착한 소년에겐 모든 것이 거대한 불안으로 보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불안이 소년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진흙구덩이 속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방법이다. 이는 마치 초원의 어린 맹수가 스스로 사냥 방법을 배워가는 과정과도 비슷하게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소년이 완전히 생존본능에 눈뜰 때 감독이 의도한 동물의 세계 역시 비정함으로 가득 채워진다는 것이다. <애니멀 킹덤>은 제26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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