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8월1일 약 50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하면서 총관객 수 400만명을 돌파했다. 개봉 8일 만에 거둔 성적이다. 8월2일 현재 1073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는 <도둑들>은 평일 평균 약 50만명을 불러 모을 만큼 흥행 가속도가 붙었다. 영화의 배급사인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이하 쇼박스)는 만족하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에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재미를 보긴 했으나 예년에 비해 적은 라인업 때문에 다소 주춤한 상태였다. 쇼박스 홍보팀 최근하과장은 “쇼박스가 배급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사회적인 이슈를 불러일으켰다면 <도둑들>은 온전히 영화적인 재미로만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 같다”고 흥행요인을 분석했다. 그는 “영화라면 무조건 배급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좋은 영화가 있으면 배급한다’는 전략이다. 앞으로 그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쇼박스의 라인업이 줄어든 이유와 향후 쇼박스의 배급전략을 설명했다.
<도둑들>의 흥행을 두고 경쟁사들은 “1천개가 넘는 스크린 수가 <도둑들>에 몰린 것을 걱정”하면서도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많아진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알투비: 리턴투베이스>(8월15일 개봉)를 준비하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 이창현 팀장은 말한다. “극장을 찾는 관객이 많아 좋은 분위기에서 영화를 개봉할 수 있게 됐다. 한국영화 최초로 선보이는 전투기 고공 액션이 있는 우리 영화는 <도둑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려줄 것이다.” CJ엔터테인먼트의 하반기 주요 라인업은 추석 개봉하는 이병헌 주연의 <광해, 왕이 된 남자>다. 8월9일 개봉하는 차태현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준비하고 있는 NEW는 얼마 전 가족 관객 3천명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었다. NEW 홍보팀 박준경 팀장은 “어차피 여름시장은 블록버스터의 전쟁터다. 블록버스터가 아닌 영화는 마냥 스크린을 많이 거는 것과 다른 방식의 배급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 영화는 가족 관객을 타깃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NEW의 하반기 주요 라인업은 추석 개봉하는 신정원 감독의 <점쟁이들>이다. 8월8일 개봉예정인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준비하고 있는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성규 과장은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경쟁작으로 “<도둑들>이 아닌 같은 사극 장르이자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꼽았다. 그는 “어쨌거나 <도둑들>이 시장의 파이를 키워준 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하반기 주요 라인업은 추석 개봉하는 김명민, 염정아 주연의 <간첩>이다. 스크린을 독식하긴 했으나 <도둑들>의 흥행 덕분에 올여름 영화시장은 당분간 한국영화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