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등번호 5번 <5쿼터>
2012-08-08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배우 앤디 맥도웰의 최대 강점이 ‘건강한 웃음’이란 데엔 별 이견이 없어 보인다. 어느덧 어머니 역할을 맡을 나이가 되었지만 그 웃음은 변함없이 아름답다. 영화 <5쿼터>의 도입부, 전형적으로 행복해 보이는 중산층 가정의 중심에 그녀가 서 있다. 이윽고 그가 맡은 마리안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면서 극은 예정된 불행을 향해 비교적 빠르게 배경을 옮겨간다. 2006년 2월, 15살 아들 루크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고 이후 뇌사판정을 받는 막내, 가족들은 이전에 들었던 아이의 결심을 기억해내고 장기기증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후 닥치는 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울퉁불퉁하다. 갑자기 다가온 불행을 소화하지 못하는 인물들 사이로 행복이 다시 돌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5쿼터>는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영화다. 미식축구 선수인 존(라이언 매리먼)이 동생을 기리며 자신의 등 번호를 40번에서 5번으로 교체한 것과, 최약체라 평가받던 ‘웨이크 포레스트’팀이 쿼터백 존의 활약을 중심으로 2006년 가을에 최고의 팀으로 기록된 것, 그리고 죽은 루크를 기리며 관중이 다섯 손가락을 쭉 펴는 제스처를 취한 것 등 모두가 실제 사실에 기반을 뒀다. 그래서 영화 중간중간 당시의 경기장면이 삽입되기도 한다. 비교적 빠르게 전개되는 전반부의 드라마는 후반의 감정선을 겨냥한 것처럼 보인다. <5쿼터>의 진정한 가치는 실질적 사건이 아니라 사건의 보편화, 즉 메시지 자체에 있다. 누구나 맞을 수 있는 일상 속의 비극을 ‘숫자 5’와 관련한 알레고리로 풀어낸 감독의 의도는,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진정성을 획득한다. 현실의 극적 구현을 최고 가치라 여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 사이에서 이 영화가 돋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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