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대만과 베이징을 잇는 인연 <러브>
2012-08-08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대만과 베이징을 오가며 펼쳐지는 로맨스를 담은 <러브>에는 조미와 서기를 비롯한 중화권 스타들이 등장한다. 톱스타와 순수한 청년, 결벽증이 있는 남자와 싱글맘, 친구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 등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양각색이면서도 어딘지 익숙하다. 8명의 남녀가 엮어내는 사랑 이야기는 로맨틱코미디의 관습을 적당히 차용하면서도 색다른 맛을 내고 있어 익숙함이 진부하게 느껴지기보다는 편안함을 준다. 공기 중에 흘러다니듯 유려한 카메라의 시선으로 구성된 첫 장면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별 관련없이 서로의 삶을 살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궁극적으로 이들 모두는 인연이 있다.

대만의 스타 조이 팡(서기)은 나이 많은 부호 루와 동거 중이다.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지만 일을 한다기보다 파티를 즐기며 소비적인 생활을 이어간다. 그녀는 우연히 알게 된 콴(원경천)에게 위로를 받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마크(조우정)는 젊고 유능한 기업가로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어 보이지만 잃을까봐 두려워 사랑을 할 수 없는 냉소적인 인물이다. 마크는 아버지를 추억하기 위한 베이징 여행을 떠나고 거기서 안내원인 샤오예(조미)를 만난다. 성격이 거의 정반대인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공격하지만 알고 보면 같은 상처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대만과 베이징을 잇는 인연 속에 중국의 역사를 녹여내는 것이 다소 인위적이라 생각될 수도 있지만 <러브>만의 독특함이기도 하다. 유승택 감독은 직접 루 역할을 맡아 청춘남녀 사이에서 유일하게 사랑으로 고뇌하는 중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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