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름의 발견은 계속된다.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이하 CINDI)가 여섯돌을 맞아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에 3회 영화제를 마치고 물러났던 집행위원장 자리에 돌아온 박기용 감독을 만났다. <모텔 선인장> <낙타(들)>를 연출했고, 2009년까지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을 9년간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 힘썼던 그는 ‘발굴과 지원’이라는 CINDI의 초심을 기억했다. 신인발굴 겸 제작지원 프로그램인 버터플라이 부문을 강화한 것도 그 초심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포부에서다. 그에게 그가 내다보는 CINDI의 10년 뒤를 들었다.
-개막까지 2주쯤 남았다. 막바지 준비에 바쁘겠다.
=지난주에 프로그램을 마감하고, 상영시간표까지 다 짰다. 그게 제일 큰 일이었고, 이제 행사 준비만 남았다. 초청 게스트 명단부터 이런저런 파티들까지 놓치는 부분 없이 잘 준비해야지.
-2년 전 영화제를 떠났던 이유와 돌아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 임기를 끝내고 나 자신에게 안식년을 주고 싶었다. 마침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에 초빙교수 자리가 나서 1년 반 정도 가 있다가 지난해 9월 돌아왔는데, 이광모 감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임했다기에 다시 복귀하게 된 거다.
-벌써 6회다. 영화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봤을 때 제일 부듯한 점은.
=이런 일이 있었다. 칸에 초청됐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신작 <메콩 호텔>과 단편 신작들을 상영하고 싶어서 연락을 했다. 처음에는 다른 영화제들에서도 제의를 받았으니 기다려달라더니 나중에 우리 영화제가 가장 적합한 영화제라고 판단했다며 승낙하더라. 영화제의 설립 취지와 정체성이 계속 유지돼왔고 인정받고 있구나 싶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비록 <메콩 호텔>은 이후에 한국 배급사가 생기면서 부산국제영화제로 갔지만, 단편 <잿가루>와 <사크다>는 그대로 상영한다.
-프로그래밍 비용의 일부를 할애하면서까지 버터플라이 부문을 대폭 강화한 점이 눈에 띈다.
=한국에는 이미 영화제가 너무 많다. 단순히 영화만 보여주는 영화제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 기획할 때부터 정성일 프로그램 디렉터, CJ 관계자들과 두개의 키워드를 갖고 시작했다. 발굴과 지원. 발굴 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 이제는 다른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위광이 감독이나 우밍진, 이시이 유야, 리홍치 같은 감독들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하지만 지원 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2010년에 신설된 버터플라이 부문을 신인감독 발굴 이상의 본격적인 제작지원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고, CJ와도 합의가 이루어졌다.
-다른 영화제의 제작지원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점은.
=첫째는 지원 규모다. 전작과 차기작 트리트먼트, 프레젠테이션, 인터뷰를 토대로 별도의 심사위원단이 선발한 3명에게 최대 3억원까지 차등 지원한다. 두 번째는 시나리오 개발부터 배급까지 모두 책임진다는 점이다. CJ와 공동제작으로 진행할 거다. 별도의 투자 심사나 편집권 개입에 대한 우려는 안 해도 된다. 필요에 따라 자문위원을 구성해줄 수는 있지만 수익을 내기 위한 CJ의 기존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진행될 거다. 지원만이 유일한 목적이다.
-브라이트 포커스 부문을 신설한 취지는 무엇인가.
=정성일 프로그램 디렉터가 제안했을 때 수긍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보통 영화제들에서 중견감독들의 중·단편은 학생이나 신인들의 중·단편에 묻혀 제대로 주목받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신설의 필요성을 인정했고, 확대 여부는 올해 결과를 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앞으로 영화제를 꾸려나가는 데 있어 제일 큰 고민은.
=발굴과 지원 외에 확산에 대해서도 고민해나가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발굴한 감독들의 영화가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채널을 보강하고 싶다. 무비닷컴 같은 온라인 영화관을 개발해도 좋을 것 같고.
-개인적인 추천작이 있다면.
=아시아 독립영화의 정수만 모아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히 몇 작품만 추천하기는 어려운데…. <메콩 호텔>이 빠져서 아쉽긴 하지만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단편 신작들도 흥미롭고 타이에서 상영금지된 <Shakespeare Must Die>도 주목하면 좋을 것 같다. 이제까지 아시아 경쟁부문에 올랐던 영화 중 최고 상영시간을 자랑하는 240분짜리 중국 다큐 <베이징에서 태어나기만 했다면>을 보는 것도 새로운 영화적 체험이 되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