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공연] 원작 + 추억
2012-08-30
글 : 심은하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기간: 9월2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문의: 1544-1555

10년 묵은 앨범을 꺼내본 기분이다. 추억이란 아련한 감정까지 덤으로 따라온다.

2001년 극장에서 본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색다른 로맨스였다. 흔하디흔한 사랑 이야기를 당대의 트렌드와 기묘하게 접목해 상업적으로 잘 풀어낸 멜로영화였다고 기억한다. 동성애자 인권운동이 예열하기 시작했고 홍석천의 커밍아웃까지 있었기에, 영화 개봉 당시 동성애는 대한민국의 ‘뜨거운 감자’였다. 동성애 코드를 담은 영화는 그러나 전혀 민감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았다. 마지막의 인우의 대사처럼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오직 너라서”를 외치는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가니까.

그리고 10년이 지나 영화는 매체를 다르게 선택해 환생했다. 무대에서 만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영화와 느낌이 조금 다르다. 다르다기보다는 보태졌다고 해야 맞겠다. 막이 오르면 나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배우들의 의상과 무대의 세트, 그리고 곳곳에 등장하는 소품들에 시선이 멈춘다. <써니>의 시대가, <건축학개론>의 감성이 겹친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의 핫이슈이기도 한 ‘추억, 향수, 복고’를 소환한다. 흡사 오늘날 마을버스 정거장과 비슷한 느낌의 버스정류소 이정표, 전화번호 책자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공중전화박스, 그리고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그 시절 영화 포스터 등. 그 속에서 나의 10대와 20대가 보인다. 이 느낌은 말했듯이 보태기다. 그러니 이것이 다가 아니란 말이다.

소나기가 쏟아지던 그 여름 인우의 우산 속에 갑작스레 뛰어들었던 그녀, 태희. 그리고 17년 뒤 그녀처럼 새끼손가락을 펼치는 버릇이 있고, 그녀의 얼굴이 새겨진 라이터를 가지고 있고, 그녀가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하는 남학생, 현빈.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모든 게 영화 그대로 환생했다. 당연하게 영화 속 감성도 살아난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우리가 사랑하게 될 줄…’이라는 명대사가 실린 포스터처럼. 뮤지컬은 영화가 그랬듯이, 영원한 사랑을 아름답고 가슴 시리게 전한다.

영화를 못 본 관객이라면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가슴 먹먹할지 모른다. 그리고 나처럼 개봉 당시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아련한 추억까지 더해져 더 흔들릴지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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