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 <간첩> 등 추석 연휴 기간 개봉예정이었던 한국영화 두편이 개봉일을 앞당겨 개봉한다. 9월13일 개봉한 <광해>는 원래 9월20일 개봉이 목표였는데, 9월7일에서야 갑자기 개봉일을 9월13일로 확정했다. 영화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 이창현 팀장은 “사실 개봉일을 9월20일로 확정한 적은 없다. 한두달 전부터 내부적으로 개봉일로 9월13일과 20일, 양일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며 “그러다가 9월 초 이병헌의 할리우드영화 <레드2> 촬영 스케줄이 결정됐다. 주연배우 없이 9월20일까지 홍보, 마케팅을 진행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개봉일을 9월13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쨌거나 <광해>의 갑작스러운 개봉일 확정으로 다른 영화의 배급 일정에 영향을 끼치게 되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9월27일 개봉예정이었던 <간첩> 역시 <광해>의 개봉일 변경 이후 슬그머니 개봉일을 9월20일로 확정지었다. “추석 전 영화의 프로모션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두 영화의 개봉일 변경으로 9월13, 20일 개봉예정이었던 작은 영화들의 개봉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9월13일 개봉한 <늑대아이>는 개봉일 하루 전날인 9월12일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극장으로부터 첫주 상영 스케줄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애초 목표였던 300개 관보다 100여개 관 줄어든 180여개 관에서 상영된다”며 “문제는 상영관 수가 아니라 상영 회차다. 스케줄을 보니 조조 시간대와 늦은 밤 시간대에 몰려 있는 ‘퐁당퐁당’이더라. <늑대아이>는 가족 관객을 타깃으로 하는 작품이라 상영시간이 중요한데, 이런 스케줄로는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9월13일 개봉하는 영화의 또 다른 관계자는 “특히 작은 영화는 개봉 첫주보다 입소문 효과가 나는 둘쨋주 성적이 중요하다. <광해>에 이어 <간첩>까지 개봉일을 앞당기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극장가 최고의 성수기 시즌이라 치열한 경쟁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나 그럴 때일수록 경쟁영화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매너를 지키는 게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