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의 관객이 1천만명을 넘어섰다. 꼭 <도둑들>이 아니어도 이미 2012년 한국영화시장에서는 유례없는 흥행기록들이 세워지는 중이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예전보다 떨어지고 있는 수치가 있다. 바로 평균관람요금이다. 실제 관객이 지불한 티켓 가격을 뜻하는 평균관람요금은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나온 극장 매출을 관객 수로 나누어서 계산하게 된다. 지금까지 통계기록을 보면 2010년 7832원이었던 평균관람요금은 2011년 7737원, 2012년 7569원까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특히 2012년의 경우를 월별로 쪼개서 살펴보면 1월에 7814원이었던 요금이 8월 7246원으로 떨어져 2009년 요금 인상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평균관람요금이 7천원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전국 대부분의 극장이 평일 8천원, 금•토•일 9천원이라는 가격을 적용하고 있고, IMAX나 3D영화는 1만1천∼1만3천원의 높은 가격을 받고 있으므로 정상적인 요금은 최소 8천원 이상에서 형성되어야 한다. 주말, 주중 요금을 정가대로 다 받았을 것을 가정하여(IMAX, 3D, 4D 등의 가격은 포함하지 않았다) 계산을 해보면, 올해 1월부터 9월 중순까지 할인된 금액은 한국영화가 917억원, 외화는 461억원이다. 올해 매출의 약 13.7%로, 8천원짜리 티켓으로 환산하면 1722만장이다. 여기에는 극장들이 발행하는 무료 초대권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매출의 10%를 무료 초대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다시 계산하면 연말까지 전체 매출의 25%가량, 약 3천억원가량이 할인으로 빠져나간다고 볼 수 있다.
영화관람요금은 전적으로 극장이 결정하는 것이므로 평균관람요금이 낮아진다는 것은 극장이 그만큼 할인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고 있다. 그런데도 요금 할인이 이렇게 늘어나야 할 이유가 있을까? 결국 원인은 그만큼 극장간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사실 한국 영화계의 숙원 과제 중 하나가 영화관람요금 인상이다. 수익의 90%를 국내 극장시장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현재의 가격 구조로는 투자사든 극장이든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극장들이 엄청난 할인을 제공하며 오히려 제 살 깎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개인적으로 극장이 경쟁 요소로 삼아야 할 것은 관람환경의 품질과 상영 라이브러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격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 극장에 가면 항상 좋은 영화를 상영해’라든가, ‘이 극장의 사운드는 최고야’라는 평가를 받도록 하면서, 그런 좋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더 높은 가격을 관객에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부분에서 예전에 모 멀티플렉스 대표가 제안했던 아이디어가 생각난다. 투자배급사에는 원가개념으로 업계가 합의한 부율대금을 보장하고, 각 극장은 거기에 극장 상영의 부가가치를 매겨 티켓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다. 투자배급 부문이 가져갈 4천원의 고정 부금에, 극장은 경쟁력에 따라 2천원이든 4천원이든 8천원이든 가격을 얹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극장이 할인 경쟁을 하든 기술 경쟁을 하든 그것이 투자배급 부문으로까지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기회에 다양한 분배 방식과 가격 책정 방식에 대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