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연애조작단을 대령하여라
2012-09-26
글 : 주성철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광해

-안녕하세요. 왕이 되고서 무척 바빠지셨죠?
=자, 일단 여기 앉아서 엿부터 드시게나. 왕 대역하는 게 이리 힘들 줄 몰랐소. 아침마다 치장해야 하고 이 불편한 옷도 걸쳐야 하고 영 성가신 게 아니네.

-워낙 성대모사의 달인이신 데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한번만 보면 말투와 행동을 완벽하게 따라하시니 그 재주가 정말 부럽습니다. 그래서 괜히 지금 이 자리에도 다른 분이 대신 나오신 건 아닌지 의심스럽네요.
=여봐라, 거기 게 아무도 없느냐. 어디서 이런 망발을. 딱 보아하니 좋은 놈은 아닌 것 같고 나쁜 놈인지 이상한 놈인지 아리송하구나. 어쨌건 매우 쳐라!

-몰라뵈어 정말 죄송합니다. 요즘 워낙 흉흉한 일들이 많아서요. 아무튼 진짜 왕보다 더 일을 잘하시고 소신도 뚜렷하시니 저 같은 일개 백성으로서는 감사할 따름이죠. 진짜 광해가 영영 돌아오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계속 왕으로 있어주시면 안되나요?
=부끄러운 줄 알거라. 그건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백성들이 나를 왕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오랜 법도를 거스를 수 있겠느냐. 다 때가 되면 알아서 할 것이니라.

-하지만 음해하는 쪽에서는 예전에 왕께서 기방에서 좀 노시던 시절에 사귀었던 여자가 있었다느니, 사실은 으리으리한 기와집에서 살았다느니 하면서 이미 말들이 많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그래서 내가 그분께 가서 “나한테 왜 그랬어요? 말해봐요”라고 물었더니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그러더구나. 난 그런 말을 하는 그에게서 악마를 보았느니라. 하지만 난 꼭 백성들이 달콤한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대동법도 시행하고 호패 제도도 도입할 것이다. 중국과의 외교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야. 나에겐 사대의 예보다 내 백성들의 목숨이 백 곱절 천 곱절 더 중요하다.

-왕위에 오른 다음 모든 정책을 다 잘하셨는데도 불구하고, 딱 하나 비밀스레 사적인 단체를 조직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알려졌으니 숨길 이유가 없겠구나. 네 말이 사실이다. 최근에 내가 근위대 아래 ‘시경 시, 그물 라, 사로잡을 노’ 그렇게 청산유수와 같은 시적인 표현으로 말속임의 그물을 쳐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내 직속으로 창설했느니라. 내가 요즘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기에 그 연애조작단으로 꼭 그녀의 마음을 얻고 싶구나.

-그렇다고 궁궐 예산을 너무 개인적으로 사용하시는 건….
=말이 많다! 너 제법이로구나. 하지만 난 다음 일정 때문에 시간이 없구나. 일을 좀 봐야겠다. 얼른 나가거라. 나 똥 쌀 거니까 얼른 나가, 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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