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Love
미하엘 하네케 |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 2012년 | 127분 | 월드시네마
OCT05 중극장 10:00
OCT08 CGV4 13:00
확고불변한 사랑의 가치는 존재하는가. 관찰의 대상은 80대 노부부다. 평생 의지하며 살 것 같았던 아내의 몸이 어느 날 말을 듣지 않을 때, <아무르>가 처한 현실은 말문을 연다. 흡사 퓨즈가 끊긴 것처럼 정신을 잃게 된 아내는 병원에 실려갔고, 그 길로 반신불수가 된다. 병의 증상은 단계별로 드러나는데, 내 몸이 아프다는 자각이 있기까지는 그나마 통제 가능한 단계다. 그러나 배변기능을 상실하고 의지를 잃게 된 건 예상치 못한 시련이다. 미하엘 하네케는 이 극한의 지점에서, 무너져가는 아내의 자존감과 그런 그녀의 병간호를 자처한 남편의 심리를 파고들어 질문한다. 과연 이 상황에서 사랑의 가치는 무엇이냐고.
질문은 집요하고 장치는 단출하다. 음악회의 북적거림에서 출발하지만, 이후 영화의 모든 사건은 부엌과 거실, 침실, 서재를 오가며 이루어진다. 외부와의 접촉은 가끔 찾아오는 방문객, 피아니스트였던 아내의 제자, 헬퍼, 상점 주인 그리고 딸 정도다. 단절된 삶에 끼어든 이들 젊은 방문객과 노부부는 좀처럼 화음을 이루지 못하고, 오롯이 부부의 고통으로만 점유된 공간은 갑갑하기 그지없다. 하네케는 감상적으로 이 풍경을 소비하려 드는 대신 시종일관 냉정한 시선을 유지한다. 그럼에도 아내가 누렸던 한때의 활기를 떠올리는 남편의 회한과 맞닥뜨렸을때, 아내를 돌볼 유일한 책임자인 그 역시 굼뜬 노인임을 발견하게 됐을 때, 그리고 그가 이 사투에서 내리게 될 어떤 결정을 지켜봐야 할 때 결국 우리를 못살게 구는 건 이성이 아니라 감성의 영역이다. 우리 모두 언젠가 도달하게 될 그 지점에서 하네케가 던진 질문이 우릴 괴롭히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현실의 비정함과 쓸쓸함의 교차지점을 잡아낸 건 단연 노배우 장 루이 트랭티냥과 에마뉘엘 리바의 명연기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대신 남녀주연상 후보 자리를 내어줬지만, 두 노배우는 상으로 평가하기 미안할만큼의 명연기를 선사한다.
Tip.
사랑의 가치를 넘어서 인간 내면의 심리를 파고드는 영화. 장 루이 트랭티냥과 에마뉘엘 리바의 연기는 단연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