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약속의 땅 <하나안>
2012-10-10
글 : 남민영 (객원기자)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는 고려인 4세 스타쓰(스타니슬라브 장)는 친구 카소이, 사이드, 신과 함께 어울리며 마약을 즐기는 방탕한 생활을 하지만 언젠가는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살아간다. 어느 날 카소이가 자신의 동생을 폭행한 강도에게 복수를 하려다가 오히려 그에게 죽임을 당하자 친구들은 그 충격으로 서로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게 된다. 6년 뒤, 사이드는 마약을 끊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고 신은 한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스타쓰는 꿈에 그리던 경찰이 됐지만 부패한 경찰 세계에 염증을 느낀다. 어느 날 긴 잠복 끝에 잡은 마약사범이 카소이를 죽인 강도란 것을 알게 된 스타쓰. 어떻게든 그를 처벌하고 싶지만 고위층에 로비를 한 뒤 손쉽게 풀려나는 범인을 보면서 스타쓰는 그토록 원했던 경찰마저 그만둔다. 끝없는 추락, 스타쓰는 마약에 취해 폐인처럼 살아간다. 자신이 절벽 끝에 매달린 것과 다름없음을 깨달은 스타쓰는 홀로 눈덮인 산속에서 추위에 맞서며 마약 중독을 극복해낸다. 그가 다시 온화한 삶을 되찾아 가던 때 한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신이 스타쓰를 찾고, 한국은 약속의 땅이라며 함께 한국으로 떠날 것을 제안한다.

‘하나안’은 성경 속에 등장하는 약속의 땅 가나안을 러시아어로 표기한 것이다. 작품 속 ‘약속의 땅’ 한국은 끝없이 추락하는 인생도 차마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마지막 희망과 닮아 있다. 그러나 희망은 바람처럼 쉽게 현실이 되지 못한다. 영화는 우리가 찾는 하나안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상이라고 깨달을 때 삶이 어떻게 될 것인지 물음을 던진다. 고려인 4세인 감독 박루슬란은 자신의 삶과 닮은 주인공 스타쓰와 그의 친구들을 내세워 이 물음에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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