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조승우)과 동현(류덕환)은 특별한 쌍둥이 형제다. 그들은 아버지(최일화)의 보살핌 아래 바깥세상을 모른 채 30여년을 어두운 집 안에서 살아왔다. 순종적인 성격의 상현과 달리 숨어 지내는 생활이 불만인 동현은 남몰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연습을 하며 소설가를 꿈꾼다. 아버지는 이런 동현을 위해 우연히 놀이동산에서 만난 승아(남상미)에게 아들을 도와 함께 책을 만들어줄 것을 간청한다.
얼굴이 앞과 뒤에 달린 샴쌍둥이(이제껏 보아온 샴쌍둥이들과 달리 두개의 목이 아니라 하나의 목으로 이어져 있다) 상현, 동현 형제는 스스로를 ‘괴물’이라 자책한다. 하지만 그들이 얘기하듯 그들을 괴물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괴물이다. 오히려 그들은 세상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형제다. 언제나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긴 하지만. 평생 한번도 마주보지 못한 형제는 어쨌건 함께 살아야 한다. 목을 매 세상을 뜨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은 ‘나의 자살=형제의 타살’에 이르는 기구한 운명이다. 어쨌건 그들은 함께 살아가야 한다.
단편 <유쾌한 도우미>(2008)를 시작으로 첫 장편 <요술>(2010)을 지나 <복숭아나무>에 이르기까지 구혜선의 영화는 기이한 동화와 멜로드라마의 세계다. <유쾌한 도우미>에서 ‘죽음을 통해 구원받고 싶다면 진심으로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신부와 수녀는 그야말로 도우미들이고, <복숭아나무>의 세 남녀는 <요술>의 묘한 삼각관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 특유의 은유와 상징, 그리고 한없이 침잠하는 듯한 화법은 여전히 과욕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아마도 감독으로서의 욕심이 앞서서일 것이다. 어쨌건 확실히 구혜선의 스타일을 알 것 같다. 사실 그걸 고집스레 증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