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시끌벅적 소동극 <고 보이즈: 마지막 잎새 사수 프로젝트>
2012-10-31
글 : 김효선 (영화평론가)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보던 고교생 오가(나카무라 아오이)는 줄리엣의 미모에 홀려 덜컥 교내 연극부에 가입해버린다. 그런데 가입과 동시에 선배들은 모조리 은퇴해버리고, 졸지에 리더가 된 오가는 클럽 해체를 막기 위해 새 멤버 영입에 나서게 된다. 삼고초려 끝에 단짝친구 카지(이케마쓰 소스케)까지 합류하면서 오합지졸의 다섯 멤버가 모이고, 합숙 훈련과 여학교 방문, 경로당 공연 등 소소한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이들의 열의와 유대감도 커져간다.

<고 보이즈: 마지막 잎새 사수 프로젝트>에는 과장된 캐릭터를 중심으로 만화 같은 상황이 빈번히 등장한다. 존재감이 없는 한 멤버는 수시로 투명인간처럼 사라지며, 뒤늦게 합류한 축구부 소년은 가히 백지에 가까운 뇌를 지녔다. 로미오 코스튬으로 순간변신하는 것도, 귀신인 패전군인과 만나는 것도 이 영화에서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엉뚱발랄한 상상을 좋아하고 캐릭터들의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에 관대할 수 있다면 즐거운 관람이 될 것이다. 반면 만화적인 설정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소년들의 좌충우돌 슬랩스틱에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썰렁한 유머에 익숙해지는 동안 청춘의 활기에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될지 모른다. 연극부 친구들이 몸소 보여주는 것은 즐거움이 최우선이라는 단순한 진리다. 비록 엉겁결에 떠맡게 된 일이지만 소년들은 클럽을 소중히 지켜나가고, 이들의 천진한 열정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 교훈을 전달하며 신파적인 감동을 의도했다면 오히려 재미가 반감되었을 텐데, 영화의 결론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각색한 이들의 연극무대만큼이나 유쾌하고 산뜻하다. 덕분에 시끌벅적한 소동극이 분별력있게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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