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비극의 러브스토리 <수목장>
2012-11-14
글 : 이영진

네 남녀의 엇갈린 러브스토리는 TV드라마가 빈번하게 내세우는 설정이다. 올여름 MBN에서 방영한 동명의 2부작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수목장> 역시 두쌍의 남녀와 두개의 삼각관계로 얼개를 짰다. 나무치료사인 청아(이영아)는 한 고등학교의 병든 수목을 조사하던 중 죽은 자의 혼령과 맞닥뜨린다. 환영은 계속되고, 청아의 현실로까지 파고든다. 피처럼 붉은 수액을 흘리고 악취까지 내뿜는 나무들이 수목장(樹木葬, 주검을 화장한 뒤 뼛가루를 나무 뿌리에 묻는 장례 방식)을 치른 나무들이었음이 드러날 무렵 청아에겐 발신인 불명의 소포가 배달된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었던 그녀는 소포 안에 든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들춰보면서 되살아나는 끔찍한 과거에 붙들린다.

초반부에 청아의 약혼자인 정훈(온주완)이 청아 앞에 등장할 때 원한의 구도를 이미 짐작할 수 있다. 전반부가 끝나기 전에 청아를 따라다니는 스토커 한기(연제욱)의 정체가 드러나면 두 남녀의 사랑 곁에 또 다른 두 남녀의 집착이 있었다는 추정은 더욱 굳어진다. <수목장>에서 공포는 뿌리가 아니라 껍질이다.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네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공포라는 외피로 둘렀다. 관건은 공포와 멜로를 단단하게 접붙였는지다. 하지만 기대했던 삼투압은 이뤄지지 않는다. 같은 장면을 다른 식으로 편집한 플래시백의 잦은 반복만으로 원혼들의 과거 사연을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산 자를 찾아온 죽은 자와 죽은 자와 대면한 산 자의 감정들이 재생되지는 않는다. 나무들을 누가 옮겨 심었는지 몇번씩 보여주고서도 영화는 말미에 청아의 입을 빌려 “나무들이 그리운 사람 곁으로” 저절로 옮겨졌다고 주장한다. 이는 간절함의 토로일까. 틀어진 구조의 결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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