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 대학가. 경민(김정학)은 운동에 관심없는 공부벌레다. 군부독재를 반대하기 위해 거리에 나가 화염병을 던지고, 경찰들과 숨바꼭질을 하며 학교생활의 대부분을 보내던 사회주의 정책연구 동아리는 그에게 확실히 낯선 곳이었다. 그 동아리에 가입한 그는 수정(안미나)에게 첫눈에 반한다. 어느 날, 사복 경찰의 동아리방 급습에 미처 피하지 못한 그는 구속된 뒤 강제로 입대한다. 그리고 수정은 동아리 회장 용호(정욱)와 사귀게 된다. 제대한 뒤 경민은 주체사상파로 노선을 선회해 통일운동에 깊숙이 관여하고, 용호는 그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스러워한다. 그러나 경민, 용호, 수정 세 사람은 정부 몰래 방북하면서 다시 달라진다. 북한의 실정을 두눈으로 확인하면서 경민은 “주체사상은 이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남한으로 되돌아갈 것을 선택하고, 용호와 수정은 북한에 남아 혁명을 완수하기로 한다.
혁명의 기운이 들끓던 시대의 분위기 속에서 경민과 용호 그리고 수정 세 남녀는 매 순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다. 영화는 현재의 시점에서 세 남녀의 대학 친구들의 회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러나 이야기가 장황하고 방대하게 전개되는 까닭에 주인공들의 치열한 고민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운동에 관심이 없던 경민이 경찰에 구속됐을 때 스스로 죄를 뒤집어 써야 했던 이유나 용호가 북한에 남아 있기로 결정한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영화 속 인물들이 시대의 변화에 그저 휩쓸려가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영화를 만든 김성훈 감독은 <량강도 아이들>(2011)을 공동 연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