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발레계의 모차르트’란 별명을 얻은 발란신은 자신이 안무한 <호두까기 인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이야기는 매우 쉬운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그의 분석은 맞아떨어졌다. 러시아 초연에 실패한 공연은 그의 안무를 통해서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영화 <호두까기 인형 3D> 역시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호프만 원작의 <호두까기 인형과 쥐의 왕>(1816)을 비롯해 알렉상드르 뒤마의 플롯에서 이야기는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원작에 비해 이야기의 초반 전개에 공을 들이지 않은 탓에 영화의 집중도가 떨어진다. 예컨대 호두까기 인형의 턱이 부러지는 사건과 쥐마왕의 존재에 대한 언급이 원작보다 임팩트가 낮다. 대신 영화는 쥐마왕과의 결투장면을 보강하는 식으로 나름의 강약조절을 한다.
크리스마스이브의 밤, 열아홉살의 메리(엘르 패닝)와 남동생 맥스는 부모 없이 성탄절 장식으로 치장된 집에 덩그러니 남아 있다. 삼촌이 나무로 된 호두까기 인형을 메리에게 선물하지만, 남동생의 실수로 그만 턱이 부러지고 만다. 신경이 쓰였는지 그날 밤 메리는 꿈에서 자신을 NC(찰리 로)라 소개하는 ‘말하는 호두까기 인형’을 만나게 된다. 이후 소녀가 NC와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의 2악장,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중 <사탕요정의 춤, 꽃의 왈츠>를 비롯한 여러 곡에 가사를 입혀 부르며 인형의 왕국을 여행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중 발레의 디베르티스망에 해당하는 ‘눈꽃여왕의 군무’ 장면이 특히 아름답다. 기대만큼 많은 음악이 사용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아역배우 김유정과 개그맨 김준현 등이 연기한 더빙 목소리 덕분에 영화가 쉬워진 것은 장점이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적합한 소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