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묵념의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지난 12월14일 금요일,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7월 콜로라도주 덴버 영화관에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 상영 중 일어난 사고 뒤 5개월 만이다. 이번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은 10살 이하 학생 20명과 교사, 총기범 부모까지 총 28명에 이른다. 피해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주요 피해자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바마 미 대통령도 19일 백악관 특별 기자회견에서 “이런 비극은 반드시 끝내야 한다”며 총기 규제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위와 같은 분위기 속에 가장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곳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범인이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 <콜 오브 듀티>에 빠져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영상물 등급제 재검토에 대한 촉구도 일었다. 몸 사리기에 들어간 할리우드에서는 가장 먼저 톰 크루즈 주연,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의 <잭 리처>가 현지 프리미어를 취소했다. 전문 저격수의 총에 5명이 맞아죽으며 시작되는 이 영화는 트레일러 홍보물에서도 반자동 무기 사용 장면을 일체 삭제했다. 더불어 유혈 낭자한 액션으로 유명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서부극 <장고: 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도 시사를 연기했다. <잭 리처>의 파라마운트픽처스와 <장고>의 웨인스타인 컴퍼니쪽 모두 “비극을 당한 유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총기 규제 강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장고>에 출연한 배우 새뮤얼 L. 잭슨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방에 총이 널려 있는 남부에서 자랐지만 누구를 쏴본 적은 한번도 없다. 이번 사건은 목숨의 가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법망보다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총기 폭력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당분간 할리우드는 폭력적 묘사에 대한 자체 검열에 더 엄격할 수밖에 없을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