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워드의 봉인이 풀렸다. N워드란, 우리나라 말로 ‘검둥이’에 해당하는 ‘nigger’, ‘negro’ 등 흑인을 비방하는 데 이용되는 단어들의 총칭이다. 인종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매체들이 자체 검열하는 단어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는 달랐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개봉한 이 스파게티 웨스턴에는 노예 학대에 대한 잔혹한 묘사와 함께 N워드가 110번 이상 등장했다. N워드는 흑인과 백인 캐릭터 모두에 의해 욕, 단순 명사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이런 영화를 두고 타란티노와 오랫동안 불화를 빚어온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는 개봉 전부터 트위터를 통해 “미국 노예제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편집자)이 아니었다. 그건 홀로코스트였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를 계기로 <장고>의 정치적 올바름에 관한 논쟁이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장고>의 N워드 사용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영화적 사실주의나 장르적 코드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흑인인 안톤 후쿠아 감독(<트레이닝 데이> <태양의 눈물> 등)도 그중 하나다. 그는 “영화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이 영화가 185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면 N워드가 등장하는 건 당연하다. 그게 당시의 현실이다”라며 타란티노의 선택을 지지했다. ‘MSNBC’ 프로그램 <더 사이클>의 공동 호스트로 알려져 있는 투레도 N워드 사용 자체를 비난하는 건 편협한 견해라 일축했다. “거기엔 인종주의에 대한 자의식이나 진지한 접근이 담겨 있지 않다. <장고>를 보고 남는 게 그뿐이라면 그건 그 영화에 대한 대단히 어리석은 기계적 반응이다.” 전국신문출판연합 소속 영화평론가 드와이트 브라운도 <장고>의 언어 사용을 비롯해 폭력 묘사 수위에 관해 “역사적 재현행위보다 일종의 희화화”로 받아들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장고>의 박스오피스 성적은 흑인 관객 사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흑인 인권단체 NAACP의 ‘이미지 어워드’ 작품상 부문에도 후보로 올라 수상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