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조선의 왕, 정조>의 주인공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골칫덩어리들이 나타난다. 실력도, 지명도도 한참 떨어지는 음악감독 유일한(김래원)과 필리핀인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소년 영광(지대한)이 그들이다. 다섯명의 아역배우들이 다섯명의 음악감독과 각각 팀을 이뤄 경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이 두 사람은 적당히 화젯거리를 던져주고 사라져야 하는, 이른바 ‘버리는 카드’다. 하지만 화려한 재기를 꿈꾸던 일한에게도, 그리고 한국인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묻고 살아가는 영광에게도 이번 오디션은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찬스다. 허세로 가득 찬 속물 일한은 파트너가 된 영광이 영 탐탁지 않다. 그러나 영광의 순수한 열정은 초심을 잃고 겉도는 그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여간다.
<마이 리틀 히어로>는 아이를 통해 철없던 어른이 성장하는 이야기 구도를 따른다. 예측을 뛰어넘는 신선한 설정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며, <빌리 엘리어트>나 <굿 윌 헌팅> 같은 기존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노골적인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영화의 중심이 영광의 도전에서 일한의 결단으로 옮겨가는 후반부에서는 이야기가 더욱 상투적으로 흐른다. 그러나 익숙한 전개로 인해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영화의 호흡을 간간이 배치된 화려한 볼거리들이 조율하고 있어, 긴 러닝타임이 결코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뮤지컬 오디션 형식을 차용한 만큼, <마이 리틀 히어로>에는 춤과 노래 실력을 겨루는 장면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이를 위해 실제 뮤지컬 무대에서 연출과 안무를 맡고 있는 실무진이 힘을 보탰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 출연했던 주연배우들이 영광의 경쟁상대로 분해 다채로운 무대를 보여준다.
영광과 그의 단짝 성준(황용연)은 각각 필리핀, 가봉 출신의 부모를 둔 결혼이주민 가정의 자녀다. <마이 리틀 히어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다문화일 것이다. 그리고 상호공존보다는 동화에 치우친 다문화 담론의 한계가 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노출된다. 과연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조선의 왕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프레임 자체가 그 답과 관계없이 이미 일방적인 동화를 바람직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끝내 뭉클한 감동을 남긴다. 이는 영광과 성준 캐릭터가 갖는 힘과 어린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이들은 순수하지만, 순진한 스테레오타입에 갇혀 있지 않다. 이들은 꿈을 꾸고 곧 좌절하지만, 그때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이들의 담담한 태도에는 사려 깊은 용기가 깃들어 있다. 그래서 거울을 들여다보는 영광의 맑은 웃음에, 그리고 눈을 찡긋거리며 코믹한 인사를 건네는 성준의 능청에 모든 걱정과 은밀한 편견을 내려놓고 무장해제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