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LA] 할리우드의 활황은 반쪽?
2013-01-16
글 : 안현진 (LA 통신원)
3년 만에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해외시장에 의존했던 2012년의 할리우드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
<007 스카이폴>

2012년 할리우드를 결산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멀게는 2002년, 가깝게는 2009년 이후 지속되어온 산업의 침체에서 벗어나 3년 만에 성장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2012년 한해 동안 미국에서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13억6천만명으로 2011년 12억9천만명에서 5.6% 증가했고, 극장수입 역시 2011년 10억2천만달러에서 6% 성장해 10억8천만달러를 기록했다. 할리우드닷컴의 2012년 박스오피스 분석에 따르면 이 성장은 티켓가격의 상승 없이 이루어낸 결과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더 자주 찾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12년 미국 내 박스오피스 1, 2위는 <어벤져스>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다. 이들의 성공에 대해서는 지난 885호의 해외영화산업 결산 기사 미국 편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3위는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이하 <헝거게임>)으로, 미국 내에서 총 4억8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헝거게임>은 블록버스터가 개봉하지 않는 시기에 대박을 터뜨린 영화로서 의미가 있지만, <해리 포터> <트와일라잇> 시리즈 등 베스트셀러 원작의 프랜차이즈가 일제히 막을 내린 2012년에 새롭게 다음을 위한 씨앗을 심은 프랜차이즈였다는 데에 더 의미를 부여했다. 4위는 시리즈 50주년을 맞이한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007 스카이폴>이다. 50년간의 가격변동을 감안하고도 시리즈 중 최고 수입을 벌어들인 <007 스카이폴>은 미국에서 총 2억958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한데 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해외수입까지 합산한 총수입으로 보면 <007 스카이폴>과 <헝거게임>의 사정은 완전히 뒤바뀐다. <007 스카이폴>의 전세계 수입은 10억달러로, 전세계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3위로 한 단계 올라가는 반면, <헝거게임>의 전세계 수입은 6억8700만달러로 다섯 계단 내려간 8위이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이같은 순위의 차이를 지적하며, 2012년 할리우드의 활황은 해외수입에 크게 빚진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포브스>가 제시한 수치를 보면, 미국 내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었지만 해외시장에서 선전한 <아이스 에이지4: 대륙이동설>(미국 내 14위, 전세계 3위)이나 <마다가스카3: 이번엔 서커스다!>(미국 내 10위, 전세계 7위), <맨 인 블랙3>(미국 내 12위, 전세계 9위) 등이 총수입의 70% 이상을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버라이어티>는 높아진 해외수입 의존도와 더불어 2011년과 비교해서 3D상영이나 3D영화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음을 지적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주먹왕 랄프> <몬스터 호텔> 등 3D상영이 주를 이루는 애니메이션으로 인한 수입도 전체 수입의 50%를 밑돌았다. 2012년 3D상영으로 수입을 올린 영화는 리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가 독보적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3D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극장 경험을 최대화할 수 있는 프리미엄 상영이 증가했음을 언급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007 스카이폴> 등의 아이맥스 상영과 피터 잭슨 감독이 선보인 48프레임의 <호빗: 뜻밖의 여정>이 대표적이다.

한편 2013년이 2012년의 행운을 이어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회의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2012년과 같은 준비된 블록버스터와 검증된 프랜차이즈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미디어들은 <캣칭 파이어>(<헝거게임> 2편) <지.아이.조2> <다크니스> <맨 오브 스틸>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아이언맨3> 등 2013년의 할리우드를 기대하게끔 하는 영화들을 나열하며 새해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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