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제목처럼 이번주 금요일에 미국에서 개봉하는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가 만일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다면….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르면서 그 뒤로 매주 목요일이 되면 설마 이러다가 1위에 오르는 거 아냐라는 상상을 하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이번에는 더 큰 핵폭탄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매우 긍정적이다. <블레어 윗치> <쏘우> 등을 배급한 라이온스 게이트는 2800개의 스크린에서 <라스트 스탠드>를 개봉한다. 같은 날 개봉하는 경쟁작은 마크 월버그, 러셀 크로 등이 나오는 범죄스릴러물 <브로큰 시티>와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그리고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제로 다크 서티> 정도이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이번주 1위 영화는 세편 중 한편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일단 로튼토마토의 지수는 100%이다. “강하고 속도감있게 밀고 나가는 김지운 감독의 연출과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 모두들 신나게 한바탕 즐기고 있다”(<어소시에이티드 프레스>의 크리스티 르미르), “감독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서부영화와 액션영화 법칙을 따르면서도, 장르를 뛰어넘거나 벗어나지 않는 미덕을 갖춘 영화”(<슬랜트 매거진>의 칼럼 마시) 등. 영화에 대한 호평 일색이다.
물론 김지운 감독 이전에도 리안, 오우삼 감독 같은 중국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성공 스토리를 쓴 적은 있다. 그러나 <라스트 스탠드>는 앞의 두 감독과 다른 점이 있다. 많이 알려진 대로 충무로 출신인 김지용이 촬영을, 모그가 음악을 맡았다. 할리우드에서 첫 영화를 찍는 감독이 자신의 스탭을 데리고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는 건 그만큼 감독에게 기대고 있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이 영화가 성공한다면 그건 감독 한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한국 스탭의 우수성도 함께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쓰다 보니 마치 무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예상하는 글이 되고 말았다. 제작한 영화도, 수입한 영화도 박스오피스 1위와 거리가 먼 영화만 한 사람이 아무 관계도 없는 영화의 미국 박스오피스 성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누가 만들었든 누가 수입을 했든 누가 돈을 벌든 그것과 상관없이 남들이 안될 것이라고 얘기한 일을 가능하게 한 데 대해 찬사를 보내고 싶다. 싸이의 노래를 지겹게 듣다가도 텔레비전에서 그가 세계적인 스타들과 친구처럼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고 자랑스럽다. 그건 어쩌면 대리만족의 감정이 아닐까.
많은 영화인이 한국 감독의 첫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1위 작품을 기대하고 있는 건 그만큼 지금 우리의 영화 환경이 척박하고 어렵다는 방증이다. 제발 올해 연말에는 영화판 곳곳에서 “누구누구는 떼돈 벌었네, 누구는 쫄딱 망했네”라는 얘기보다는 “모두가 먹고살 만했던 한해였다”라는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잡지가 나올 무렵이면 나의 예상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결과가 나오겠지만,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김지운 감독님!
일찍이 한국 스탭이 할리우드영화에 참여한 사례는 많았다. 드림웍스 같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는 한국인 출신 애니메이터들이 많다. 그러나 충무로에서 인정받은 뒤 헤드 스탭으로 진출한 사례로 범위를 좁혀보면 몇 안된다. <라스트 스탠드>보다 일주일 뒤에 개봉하는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는 감독의 오랜 파트너인 정정훈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았다. 알려진 대로 정두홍 무술감독은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2009)에서 이병헌의 스턴트 더블로 참여한 뒤 <지.아이.조2>에서 액션 코디네이터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