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번방의 선물>은 웃기고 울리는 본격 최루 코미디다. 착하고 슬프며 참으로 동화답다. 배우 류승룡이 원톱으로 거뜬히 바보 연기를 선사하고, 한국영화의 든든한 허리를 담당하는 오달수, 김정태, 박원상, 정만식, 김기천 등 흥행조연들이 수감자 삼촌들을 맡았다. 대사 없이 모아놓기만 해도 웃음이 상상되는 조합이다. 건강하고 영특한 박신혜(성인 예승)의 예상 밖의 등장도 반갑다. 여기에 아역배우 갈소원(어린 예승)의 천진하고 명랑한 연기가 엮였다. 감방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주 배경으로 하지만 바보, 아이, 유괴, 강간, 살인, 종교, 그리고 재판과 사건의 재구성 등 흥행코드들을 모두 모아놓았다. 2시간이 조금 넘는 긴 러닝타임은 법정과 교도소,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편집 속에서 관객을 울고 웃기며 물처럼 흘러간다.
<각설탕> <챔프> 등 감동드라마를 만들어온 이환경 감독이 이번에는 바보 아빠와 천사 딸의 따뜻한 사랑을 담은 휴먼코미디를 선보인다. 영화는 6살 지능에 머문 바보 아빠 용구(류승룡)가 아동유괴, 강간, 살인이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용구가 수감된 7번방에는 밀수범, 사기꾼, 소매치기, 자해공갈범 등 다양한 잡범들이 모여 있다. 영화는 이들이 공모하여 용구 딸 예승이를 7번방에 데려온다는 엉뚱한 사건으로 전개된다. 스토리는 평면적이며, 예상된 지점에서 웃음과 눈물을 짜낸다. 영화의 구성은 바보 용구 캐릭터처럼 무구하고 티없으나 감상적 타이밍은 기막히게 계산적이다.
영화는 드라마가 아닌 코미디 장르를 택하면서 스토리와 연기의 리얼리티를 강조하지 않는 법을 택했다. 영화는 초반에 교도소의 담장을 채 넘지 못한 노란 풍선을 보여주면서 스토리에 대한 암시를 준다. 동심을 간직한 머리 큰 바보 아빠, 파스텔 톤의 감방, 온정적인 범죄자들 등 모든 조합은 환상적이다. 영화는 장애 아빠가 딸을 기르는 그 지난한 시간의 뼈저린 리얼리티에 괄호쳐놓는다. 피의자 인권, 경찰수뇌부의 부조리함, 재판의 불공평성, 사형제도의 모순 등 사회문제들을 슬쩍슬쩍 건드리지만 적극적으로 의제화하진 않았다. 영화의 모든 소재는 용구와 예승의 애절한 사랑을 위해 동원된다. <말아톤> <바보> <마더>와 같은 한국의 장애 캐릭터 영화나 <아이 엠 샘>과 같은 장애인 부성애 영화, <하모니> 같은 여성 수감자 영화를 연상시키지만, <7번방의 선물>은 과잉되게 부성애에 집중하여 내러티브의 설득력이나 배경과 설정의 현실성을 과감히 포기했다. 분명 머리는 두고 가슴만으로 보라는 영화다.
그렇다면 <7번방의 선물>은 최근 한국영화의 흐름 속에서 메가히트 영화가 될 수 있을까. 바보 아빠 류승룡의 흥행파워는 아마도 강력할 것이지만, 살짝 아쉬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제목이 너무도 헛갈린다. 유사 제목의 영화와 쇼프로그램이 연상되어 주위에서 제목을 옳게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다. 둘째, 크리스마스를 의도해 찍은 영화의 뒤늦은 개봉일이 다소 아쉽다.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시즌용 영화지만, 지난여름 태풍으로 완성이 지연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7번방의 선물>은 순하고 애잔한, 살짝 늦게 도착한 1월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영화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7번방의 선물>은 바보 아빠에게 보내는 사후적 애도와 힐링의 영화다. 그렇기에 한국사회가 성취하지 못한 어떠한 정치적 실패 내지 좌절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힐 가능성도 없진 않다. 다른 한편 <7번방의 선물>은 최근 개봉한 <박수건달>과 함께 식상해진 조폭코미디의 영특한 변이체로 보이기도 한다. 한동안 추석을 접수하던 조폭코미디물이 드라마를 강화하여 설 시즌을 겨냥한 가족영화로 변화하고 있음이 흥미롭다.